Steve's Story/먹고 마시기

베트남 가정식 (Khanh's)

시카고 커플 2020. 2. 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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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4. 17

 

부스 MBA에서 나름 친해졌다고 믿고 있는 베트남 친구 '칸'.

 

전에 집에 초대해서 한식을 해다 먹여줬더니, 너무 고마워 하면서 이번엔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베트남 음식을 해 준댄다. 베트남 음식 하면 알고 있는게 겨우 쌀국수, 월남쌈 정도인데, 마침 오늘의 메뉴도 딱 이것들이네...^^ 그간 쌀국수, 월남쌈은 많이 사 먹어 봤지만, 과연 베트남 가정에서 하는 음식들은 어떤 맛일지 상당히 기대되는 한편, 이 녀석 요리 실력이 어느 정도일지 반 정도는 의심하면서 칸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호스트이자 요리사인 칸.

그의 집에 도착하니, 우리 부부, 다른 친구 부부 등등 총 6인분의 식사를 혼자 준비하느라 부엌이 아수라장이다. -_-; 사진에서 보이듯이 그의 손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계속 뭐라도 도와줄까 물었지만, 한사코 괜찮다는 칸. (화났니? ㅋㅋ)

 

 

오늘의 에피타이저: 스프링롤 (월남쌈), 고기+야채 요리, 노란밥

 

스프링롤을 한 입 베어물은 순간, 너무 맛있어서 모두 탄성이 나왔다. 일단 크기가 우리가 한국에서 먹어본 짝퉁과 차원이 달랐고, 새우, 고기, 야채 등이 꽉꽉 들어찬 아주 실한 스프링롤이었다. 2개 먹으니 벌써 배부를 정도. 저걸 하나하나 본인 손으로 직접 쌌다고 하니, 정성이 대단하다. 실란트로(고수)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개는 실란트로 없이 싸고 옆에 별도로 놓는 세심함까지 ㅋㅋ

 

그 옆에는 소고기 (어깻살?)를 약간의 소스와 함께 삶아서 보쌈처럼 잘라 놓고, 옆에 있는 신기한 향이 나는 식물 잎(깻잎 비슷)에 싸서 생강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인데, 이것도 참으로 신기하고 맛있다. 육질은 우리의 장조림과 비슷한데 짜진 않고 담백하다. +_+

 

노란밥은.....그냥 노랗다.

(다른 것 먹느라 정신 없어서 별로 안먹음 ㅋㅋ)

 

 

이 튼실한 스프링롤을 보라...이런 건 시중에 어느 베트남 식당 가도 못 먹을 걸...

남은 것 싸가고 싶었다.

 

 


이 정도 먹고 있는데, 이제 쌀국수 준비해 주겠다면서 다시 부엌으로 가는 칸...

 

저 국물이 오늘 먹을 쌀국수의 국물인데, 본인이 직접 소 뼈 등을 사다가 6시간 이상 고았다고 한다. 어쩐지 부엌 곳곳에 정체 모를 뼛조각들이 보였었다;; 이런 정성을 봤나...ㅠ.ㅠ 국물만 6시간이란 말에 갑자기 모두 숙연해 졌다...

 

팔팔 끓는 국물에 얇게 썰은 소고기를 담궈서 즉석에서 샤브샤브처럼 살짝 익힌 후, 그것을 국수 하나하나에 정성스럽게 토핑으로 올린다. 그 후 몇가지 야채를 얹고 국물을 부으면 완성.

 

 

통상 한국에서 먹을 땐 여기에 숙주나물 넣고 레몬 뿌려서 먹는데, 여기선 그게 다가 아니고, 첨보는 신기하게 생긴 풀 잎들을 한 3가지 더 넣는다. 그것들은 향이 너무 강해서 나는 패스~ 역시 너무 로컬로 가면 따라가기 힘들다. ㅎㅎ

 

 

이것이 문제의 얇게 썰은 소고기.

우리 나라 샤브샤브 해 먹듯이 국물에 넣자마자 익어 버렸는데, 이렇게 얇게 썰은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니, 직접 썰었다고 한다. -_-;; 생고기를 이 정도 얇게 써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닐 텐데, 여기서 또 한번 모두들 감탄했다. 너 학생 맞냐??

 

베트남에서 먹는 오리지날 쌀국수에는 미리 익혀서 넣는 두터운 고기 외에도 이렇게 샤브샤브로 즉석에서 뜨거운 국물에 익혀서 넣는 고기도 토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이런 건 정말 한국에서 먹는 쌀국수랑 좀 달랐다.

 

 

국수를 한바탕 먹고 나니, 이번엔 디저트가 나온다. 냉장고에서 뭔가 미리 만들어 놓은 것들을 꺼내 들고 와서 하나씩 접시에 엎어 놓는데, 이건 '플랑(Flan)' 이라고 한댄다. 이건 원래 베트남 전통 음식은 아닌듯 한데, 달달한 푸딩 같다. Jenny 를 포함한 오늘 초대된 여성분들이 디저트를 특히 좋아하는 것을 알았는지, 디저트에 특히 더 신경을 쓴 듯 하다. ㅋㅋ

 


저 위에 즉석에서 내린 원두커피액을 뿌려 먹는다.

 

 

이건 Jenny의 Favorite인, 코코넛 라이스.

찹쌀로 만든 쫀득한 밥 위에 저렇게 달달하게 만든 코코넛 밀크를 끓여서 부어 먹는 디저트다. 밥을 주식이 아니라 디저트로 먹는 게 참 특이하다.

 

 

코코넛 라이스에는 망고를 곁들여 먹는 게 제맛이라며, 옆에 앉아 망고까지 깎아 주는 친절한 칸 아저씨. 우리가 사간 베스킨 라벤스 아이스크림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디저트였다.

 

실컷 정신 없이 먹고 떠들고 놀다 보니, 집에 가야 할 시간인데, 흘끗 부엌을 보니, 완전 폭탄 맞은 상태다 -_-;; 설겆이라도 좀 도와주겠다 했더니, 한사코 밀어내는 칸. 저거 다 하려면 일주일 걸릴 것 같았다. 나오면서 우리는 속으로 생각했다. "다음번엔 밖에서 사먹자" ㅋㅋ

 

MBA에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특히나 시카고에는 멕시코, 이태리, 스페인, 인도, 베트남, 쿠바, 중국, 일본, 러시아, 한식 등등등 다양한 음식점들이 많아서 더욱 그럴 기회가 많았는데, 이렇게 가정에서 먹듯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긴 처음이었다.

(근데,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베트남에서도 쌀국수는 집에서 잘 안해먹는다고 한다. 너무 손이 많이 가서 ㅋㅋㅋ)

 

고맙다 칸!!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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