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이전에 업무 상 브라질에 출장을 여러번 갔다 왔는데, 그럴 때마다 업무와 시차와 스트레스에 지친 나를 달래 주는 건 언제나 먹는 즐거움이었다. 브라질에는 정말 특이하고도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Churrascaria 일 듯. 낮에 지쳐 있다가도 '오늘 저녁 땐 슈하스꼬 함 먹으러 갈까?' 이 한마디에 기운이 솟던 기억이 난다 ㅋㅋ
Churrascaria (슈하스까리아)는 브라질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방식인 Churrasco(슈하스꼬)를 파는 레스토랑을 총칭한다. 슈하스꼬는 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큰 꼬챙이에 끼워서 요리한 후에 각 부위를 들고 온 여러 명의 서버들이 자리에 와서 조금씩 썰어 주는 방식이다. 내가 그만 먹겠다고 선언(?)하기 전까지는 끊임 없이 계속 가져온다. 어차피 그냥 고기를 구운건데 이걸 뭐 요리라고 하긴 좀 머하고...음식을 서빙해 줘서 먹는 하나의 방식이랄까...
브라질에는 이런 Churrascaria가 참 많은데, 이런 식당도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슈하스꼬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샐러드바 부페를 유지해야 하고, 고기도 대량으로 구워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이 규모가 좀 있고, 가격도 어느정도 쎄다. 소고기가 비교적 저렴한 브라질이나 미국 같은데서나 가능한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브라질식 스테이크 집이란 게 생겼다고는 하는데, 가보진 않았지만, 제공하는 고기 부위의 종류가 그리 많은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내가 브라질에서 경험한 바로는, 아무리 저렴한 슈하스꼬라 하더라도 최소한 7~8 가지의 고기는 써빙하는 것 같다.
슈하스까리아가 브라질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보편적인 레스토랑인 만큼, 인당 한 20불의 저렴한 (브라질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 곳에서부터 인당 70~80불이 넘어가는 아주 비싼 곳까지 다양하다. 고가의 식당에 가면 써빙해 주는 고기의 종류도 많고 고기의 질도 좋아서 정말 입에서 녹는다. 브라질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가의 슈하스까리아는 Fogo de Chao 이다. 워낙 유명해서 브라질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도 주요 도시마다 지점이 있을 정도다. 시카고에도 한군데 있는데, 아직 가보진 않았다. ㅋ
엊그제 친구와 약속한 데로, 저녁을 좀 맛있는 곳에서 사주기로 하고 여러 군데를 고민하다가, Texas de Brazil이라는 Churrascaria가 마침 근처에 있어서, 한번 가 보기로 했다.
식전에 시킨 Caipirinha (까이삐리냐)...우와 이걸 여기서 맛볼 수 있다니...감동..ㅠ.ㅠ
cachaça 라는 브라질 럼주에 설탕과 라임 등으로 만든 칵테일이다. 달달해서 몇잔 먹다보면 한방에 훅 가는 종류의 술...맛은 브라질에서 먹던 그맛 그대로군!
요건 Pao de Queijo 이다. 해석하면 Bread of Cheese 정도 될까...치즈를 넣어서 만든 빵인데, 브라질에서는 많은 식당에서 식전 빵으로 이게 나오고, 브라질 사람들은 간단한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많이 먹는다. 이 정도 준비할 정도면 이 식당도 상당히 브라질식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 많이 한 티가 난다. 한 바구니 가득 줬는데, 나오는 순간 너무 반가워서 다 먹어 버려서...2개 남기고 사진 찍었다;;
요건 이름은 까먹었는데, 바나나를 튀겨서 겉에 설탕을 묻힌 요리이다. 이것도 브라질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달달한 게 디저트 같지만, 고기에 곁들여 먹는 상당히 신기한 음식 ㅋㅋ
고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샐러드 부페에서 샐러드와 간단한 에피타이저를 먹는데, 이 샐러드 부페가 전혀 간단하지 않다. 그냥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단순히 샐러드 뿐만 아니라, 새우, 치킨, 랍스터 스프 등등 먹을 게 너무 많다. 브라질 전통 음식인 feijoada도 있어서 상당히 신기했다. (근데 너무 짰음)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고기를 시작해 볼까...내가 준비가 된 눈치면...저렇게 큰 꼬챙이에 고기를 가진 남자들이 벌떼 같이 달려든다. 각각의 사람마다 들고 있는 부위가 틀리다. 갈비, 안심, 뒷다리살, 소세지, 닭다리, 립 등등...같은 고기 덩어리 안에서도 부분마다 익은 정도가 틀려서 얼마나 익은 걸 원하는지 물어보고 거기에 맞는 부분을 잘라서 준다. 적당히 잘라주면, 식탁 위에 있는 개인별 집게로 집어서 자기 접시에 놓고 먹으면 된다.
고기 부위의 으뜸은 단연 Picanha. 우리 말로는 등심인가 보다. 요렇게 무지개 모양으로 3~4개 정도를 한 꼬챙이에 꽂아서 가져온다. 달라고 하면 가장 겉에 부분을 얇게 짤라 준다.
고기를 먹는 접시는 육즙과 피, 잘라 내고 남은 기름 부분 등이 뒤범벅이 되어 항상 깨끗하진 않지만, 암튼 대략 이런 식으로 부위부위마다 조금씩 받아다 먹게 된다.
Churrascaria에 가면 어디에나 이렇게 식탁 위에 조그만 원형 카드가 놓여져 있는데, 이걸 녹색으로 놔 두면 계속 고기를 갖다 달라는 뜻이다. 이게 녹색으로 놓여져 있으면 고기 써버들이 끊임 없이 고기를 갖고 온다. 이걸 뒤집어서 빨간색으로 놔 두면 이제 그만 먹겠다는 뜻이다. 이걸 완급 조절을 잘 해가면서 사용해야 하는데, 일단 시작할 때 녹색으로 해 놓고, 여러 부위를 다양하게 받은 후에 빨간색으로 놓고 천천히 즐기면서 먹다가 더 먹고 싶을 때 녹색으로 하면 된다. 근데 빨간색으로 오래 해 놓거나 여러번 거절을 하면 다시는 우리 테이블 근처로 안오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 필요 ㅋ
식당 한쪽 벽면에는 거대한 유리 안쪽에 거대한 와인 저장고가 있었다. 위 사진 뒷쪽에 보이는 게 전부 와인...약 3층 높이에 저렇게 빽빽하게 쌓여 있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어떤 여자가 줄을 타고 빙글빙글 곡예를 하면서 주문이 들어온 와인을 아래층으로 가져다 준다. 관광객들에겐 구경거리가 되긴 했지만, 좀 정신 없었다;;
요 사진은 뽀나스 ㅋ
저녁을 먹고 존행콕 타워 96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칵테일 한잔...여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시카고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격 대비 만족 높음 !! (왠만한 전망대 올라가는 가격보다 저렴한 칵테일 한잔 시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수 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창가쪽 자리는 정말 경쟁이 심했다. 맨 뒤 자리부터 시작해서 앞에 자리가 나면 점점 앞으로 전진해 간다. 창 바로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 애들 세 명이 일어나려는 눈치길래, 재빠르게 접근해서 너네 지금 나갈꺼면 지금 이 자리 앉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니 내가 좀 먼저 앉아 있겠다고 했더니 종업원이 득달같이 달려와서 저지한다. 이미 이 자리에 앉으려는 순서가 다 정해져 있다고....아항, 그런 시스템이었군...우리도 약 3차례 기다린 끝에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_-;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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