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사랑" in Chicago

2013. 2. 4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어젯밤의 과음(?)으로 오늘은 좀 늦잠을 자 보고자 하였으나...

언제부터인지 어디선지 모를 굉음이 들려오면서 자꾸만 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뭐지 이건...? 공사판이나 비행기 소린 아닌거 같고...

소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이젠 이 아파트를 통째로 삼켜 버릴 것처럼 온 집안이 요동을 친다.

뭐야, 어디 뭐 전쟁이라도 난 거야??

 

순간, 과거의 기억이 파파밧 떠오르면서 소리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군대에 있을 때 2년간 헬기 부대에서 지낸 탓에 밤이고 낮이고, 잘 때이건 깨어 있을 때이건 항상 내 귀를 따라 다니던 저 징그러운 헬기 소리를 어찌 잊으랴... 멀리서도 이 소리는 구분이 될 것 같다.

 

커텐을 열어 보니, 37층 우리집 바로 앞에 헬기 한대가 떠~억 하고 떠 있다...앗, 깜짝이야!!

조종사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저거 이러다가 우리 건물에 부딪히진 않겠지...그간 봤던 각종 액션 영화들의 장면들이 떠오르면서...괜히 설마설마 하면서 불안해 했다 ㅎㅎ

 

헬기는 집 바로 앞에 보이는 호텔 건물 옥상에 계속 뭔가를 실어다가 내려 놨다. 이런 식으로 지상-옥상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거의 1시간동안 작업을 하다가 갔다. 헬기를 자세히 보니, 'Air Crane'이라고 써 있다. 통상 건물 옥상에 뭔가를 올릴 때, 엘리베이터나 사다리차/크레인 등으로 할 작업일 듯 한데, 이렇게 헬기를 사용하는건, 민간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 ㅋ 이것도 미국만의 광경인가?

 

어젯 밤,

시카고 근교에 한국식 횟집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우리는, 4명의 결사대를 조직하여 야심한 밤을 틈타 습격에 나섰다. 다들 리크루팅과 학업 등으로 찌들대로 찌든 상황이었지만, 회와 소주를 먹고야 말겠다는 결심에 모두들 결연한 표정이었다. ㅋ

 

네비를 찍어보니, 다운타운에서 거의 1시간 걸리는 거리...게다가 여긴 행정 구역 상으로 시카고도 아니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깜깜하고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네가 나왔다. 정말 이런 곳에 무슨 식당이 있을까 할 정도로 어둡고 한적한 길을 한참 가다보니, 정말 거짓말처럼,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어두운 길 한 켠에 '소주사랑' 이라고 한국말 간판이 보였다. 영어 간판이 나와도 이상할 위치인데, 게다가 한국말 간판이 나오니 참 신기했다. ㅋㅋ 

 

 

입구를 들어서니,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로 인사하면서 맞이한다. 이 또한 반가웠다. 손님들은 외국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 외국 사람들은 주로 스시나 롤을 먹고 있는 것 같았고, 한국 사람들은 회나 매운탕에 어김없이 소주 한두병씩은 테이블마다 보였다.

 

 

 

회 셋트를 시키니, 이래저리 스끼다시가 나온다. 이렇게 식당에 가서 앉았는데, 굳이 시키지 않은 음식들이 나오는 것도 오랜만이라, 다들 반가워 하면서 먹었다. 하지만 맛은 뭐 그냥저냥...회무침은 그냥 샐러드 개념 (회를 너무 아끼시더라)이었고, 튀김도 손님들의 건강을 생각하셨는지 야채만 ^^;

 

 

드디어, 주문한 참돔회가 나왔다!!!

근데 너무 적다!! 이게 120불...ㅠ.ㅠ

 

몇 젓갈 먹다보니, 다들 약간 서로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뱃살에는 친절하게도 금가루까지 뿌려 주셨지만...우린 금가루 필요 없다구요! 회로 더 주세요! -_-

 

접시에 데코로 올려진 도미의 머리와 뼈의 크기로 봤을 때, 한마리를 잡았으면 이 정도 양이 나올 리가 없었다. 우리는 머릿 속으로 횟 조각들을 다시 뼈에 조립해 맞춰 보면서, 대체 얼마나 떼어 먹었을까 열심히 토론해 봤다. 한 마리의 반도 안 쓴것 같았다. 머리에 살점이 더 붙어 있는 것 같아서 그걸 긁어 먹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그건 여러번 재사용한 데코일 것이라는 점과 주변에 보는 외국인들의 눈도 많은데 한국 사람 망신시키지 말자는 점을 들어 참기로 했다.

 

 

아쉬운대로 광어를 한마리 더 시켰다. 이건 한마리가 온전히 나온 것 같았다. ㅋㅋ

뭐야...진작 광어 시킬 걸...광어 머리가 계속 움직이는 거로 봐서 방금 잡은 것 같았다.

 

매운탕도 나오고...밥에 김치까지 주니 정말 한국 스타일 횟집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직원들,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시고...

 

다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ㅠ.ㅠ 4명이서 술값+팁 다 합쳐서 300불이라니... 무슨 고급 일식집에서 코스로 먹은 것도 아니고....

그나마 일행 중 누군가 쏘기로 하고 간 것이라 다행이었다 ㅋㅋㅋ

 

By Ste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