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y's Story/West Coast trip

비행기 이륙 지연의 악몽

시카고 커플 2020. 4. 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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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2

 

 Tech trek을 마친 Steve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접선! 후 열흘간 서부여행을 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타고 갈 비행기 시간은 오후 2시. 수속하러 갔더니 직원이 비행기 이륙이 오후 4시로 두 시간 연기되었다고 무심하게 알려준다. 공항 수속을 마치고 나니 12시반. 

 당황스럽다.  
 


 비행기 이륙시간 지연 사태는 듣기만 들었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공항 내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기내에서 읽으려고 챙겨온 책을 꺼내 읽기 시작.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세시쯤 gate로 이동하니 두 시간 추가로 버티는 중인 승객들로 의자가 만석이다. 와중에 게이트에서 직원이 방송하는데 이륙시간이 오후 일곱시 반으로(응?) 다시 연기되었단다. 혹시 잘못 들었나 옆사람에게 되묻는다. 일곱시 반 출발 맞단다. 다...다섯시간 반 연기된거야?-.-;; 
 당황스럽다.

 샌프란 기상 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계속 강조하며 직원들이 승객들을 달래더니 잠시 후, 지루할텐데 게임을 하잔다. 가장 오래된 동전 갖고 있는 사람, 종이비행기 접어서 가장 멀리 날리는 사람, 양말 구멍 제일 큰 사람을 찾아 상품을 주는 세 가지 게임이 좌중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치뤄졌다. 시계보니 십분 지났다..
 당황스럽다.

 Steve에게 이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다시 알리고 멘붕 상태로 겨우 자리 잡고 앉아 네 시간 버티기 신공을 발휘한다. 핸드폰도 만지작 거리다가 다시 책을 꺼내 읽으며 중간 중간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체념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종종 겪는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기는, 샌프란 날씨 때문이라는데 무리해서 위험하게 비행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여섯시쯤 되니 이륙시간이 다시 오후 8시로 바뀐다... 위로 차원에서 물과 스낵도 제공되기 시작. 배급소같다... 이쯤되니 당황에서 거의 패닉 직전. 앉아있기도 힘이 든다. 잠시후 다시 8시 반으로 연기.

 이러다 캔슬이나 되지 않을지 두렵기 시작한다.

 그런데!  8시가 다 되도록 웬일인지 이번엔 지연 안내가 없다! (이걸 이렇게 기뻐해야하나-_-) 좋은 징조임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하지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사람들도 점차 들썩들썩. 계획대로라면 샌프란에 도착하고도 세시간이 지났을 시간까지 이러고 있는 중인데도 비행기가 뜨기만 한다면 고맙기만 할 것 같다.  

 결국. 비행기는 오후 8시 반에 이륙에 성공했다! 일부 사람들은 드디어 간다고 환호성을 지른다. 참 순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이런 일을 겪고 보니 그동안 제시간에 비행기가 떴던 일들이 엄청 대단한 일처럼 여겨진다. 아닌게 아니라 나중에 알고보니 이번에 실제 캔슬된 샌프란행 비행기도 있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 

 공항에서 스트레스 받느라 정신적 노동을 너무 심하게 했더니;; 비행기 타자마자 30분만에 잠이 들었다. 5시간 비행인데 눈뜨니 이제 30분 후면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올레~!! 비행기에서 원래 잠 잘 못자는데 이게 웬 횡재인가 싶다. 샌프란 날씨가 사람을 참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by J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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