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3
칸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치첸 잇차 (Chichen Itza) 관광.
하루에도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인 만큼, 이 곳의 관광 상품 또한 대규모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매일 아침 수십대의 버스가 각 호텔을 돌면서 미리 예약한 관광객들을 픽업하고, 그들을 거대한 버스 터미널 같은 곳으로 모았다가 그 곳에서 각 목적지 별로 분류하여 다른 버스에 태운다. 호텔마다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상품의 일정과 가격은 모두 동일하다. (인당 $110 정도) 마치 고도로 표준화된 공장에서 대량으로 똑같은 물건을 찍어내듯 고도로 분업화/조직화 되어 있는 대규모 비즈니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침 7시 30분 경 우리는 미리 예약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거대 버스 터미널이자 기념품샵에서 같은 곳으로 향하는 수백 명의 관광객들과 만난 후 다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그제서야 치첸잇차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부터 기나긴 버스 여정의 시작이다. 가는 길엔 창 밖에 별로 볼 것도 없다. 중간에 한번 쉬긴 하지만, 약 2시간 정도를 불편한 버스에서 자고 또 자면서 가고 나니, 첫번째 목적지에 도착. 점심 시간이다! (아직 한 것도 없는데;;)
물론, 밥을 쉽게 내 주진 않는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미로처럼 펼쳐져 있는 기념품 샵을 거쳐야 한다. 이 곳을 무사히 거쳐간 사람들만이 밥을 먹을 수 있다. 정말 사고 싶게 생긴 물건이 하나도 없는데, 가격은 무쟈게 비싸다. 걸음을 멈추고 눈길이라도 줬다간 판매원들이 득달 같이 달려든다.
식당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게 전체의 한 4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다. 즉, 오늘 치첸 잇차로 가는 다양한 관광 회사의 다양한 버스에 탄 사람들은 다 여기에서 밥을 먹고 가는 것이다.
아직 기념품 샵에서 자기들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지, 음식 냄새는 솔솔 나는데 우리를 들여보내 줄 생각을 안한다. 인당 하나씩은 사야 들여보내 줄라나...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음식은 뭐 그다지...한번 맛보면 두번째 손이 가는 게 별로 없다. 한쪽 옆에서는 민속 공연이랍시고 정체 불명의 허잡한 댄스들을 추고 있는데, 한번 눈길이 가면 두번째 보게 되는 일이 없다. -_-;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약 한시간 정도 더 가고 나니, 두번째 목적지인 세노떼에 도착.
세노떼(Cenote)란 고대 마야 문명 사람들이 우물로 썼던 지하 저수지라고 한다. 과거엔 수천 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 남아 있는 몇 군데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 것.
물론, 여기에도 입구에 들어가려면 구불구불한 기념품샵 미로를 통과해야 한다.
세노떼로 들어가는 입구. 마치 제주도의 만장굴 같은 느낌이다.
입구를 다 내려가고 나니, 거대한 지하 공간과 그 아래에 물이 고여 있는 게 보인다.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자연 채광이 되어서 물에 반사되는 빛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는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락커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수영복을 미리 챙겨온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했는데, 우리는 그냥 패스. 물은 깨끗해 보였지만, 수심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 보였다. (물 아래에서 고대 괴물이라도 튀어 나올 지도 모르는;;)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 여를 더 같 끝에,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치첸 잇차에 도착.
치첸 잇차는 고대 마야의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라고 한다. 피라미드도 종교적으로 중요한 제단인 동시에 정치적 상징물인 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입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이것이 바로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
일단 고대의 인류가 저렇게 거대한 건축물을 지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지만, 더욱 놀라운 건, 저 구조물의 층 수, 계단의 수, 맨 쪽대기 제단에 사용된 벽돌의 수 등등이 전부 수학적,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꼭대기 제단에서 사제가 말을 하면 그것이 주위에 증폭되어 잘 들리도록 공명통까지 장치되어 있다고 하니, 정말 신기했다.
피라미드 주변에 다른 거대한 건축물들도 있었다. 그 건축물의 뒷편에는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이 공터는 고대 마야인들이 축구와 비슷한 스포츠를 즐겼던 경기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골대는 어디 있는 거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저렇게 양쪽 벽의 상단에 도너츠 모양의 조그만 링이 붙어 있다. 저게 바로 골대라고 한다. 헉!! 언뜻 봐도 높이가 5미터 이상은 되어 보인다. 저기는 손으로 뭔가를 던져서 넣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걸 발로 차서 넣었다니...고대 마야인들은 모두 프리미어 리그 선수들이라도 된단 말인가...-_-;; 마야 문명은 아마도 이 경기를 하다가 하도 골이 안터져서 승부가 안난 채, 계속 뛰다뛰다 멸망한 게 아닌가 싶다.
한가지 신기했던 건, 경기장 양쪽 벽에 이렇게 조그마한 구멍이 뚫어져 있었는데, 이 구멍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하면, 약 300미터 이상 떨어진 경기장 저 반대편의 동일한 구멍 근처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게 장치가 되어 있었다. 이런 장치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서 팀웍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팀웍만 있으면 뭐하나...골이 안들어가는데 ㅋㅋ)
여기까지 관광을 마치니 오후 5시가 넘어 있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호텔 존으로 돌아오니 8시반. 거의 3시간 이상이 걸린 셈이다. 호텔에 도착했을 땐 완전 어두워져 있었다.
긴 버스 여행이 힘들었지만, 칸쿤에 온 이상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었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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