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13
칸쿤에서 3일을 보낸 후 다음 일정은 멕시코 시티.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를 우리 나라 사람들은 '워싱턴'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DC'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외국 사람들은 멕시코 시티를 '멕시코 시티'라고 부르지만, 정작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DF (Distrito Federal)' (데 에페) 라고 부른다고 한다.
우리가 묵었던 Sheraton Maria Isabel 호텔.
좀 오래된 호텔이라 룸 상태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행객들에게 참으로 편리한 호텔이었다. 장점으로는...
1. 시내 관광 버스 (Turibus)가 바로 길 건너에 정차한다는 점. 이 버스만 타면 시내 왠만한 관광지는 모두 갈 수 있다.
2. 1층에 있는 Bar에서 매일 밤 마리아치(Mariachi: 멕시코 전통 음악 밴드) 공연을 한다. 보통 입장료를 받지만, 투숙객은 입장료 무료. 음료만 간단히 시키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 호텔에서 하는 마리아치 공연은 주변에서도 유명할 정도라고 한다.
3.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Zona Rosa 지역에 가까움. 바로 길만 건너면 맛있는 한식집들이 몇 군데 있음.
4. 중심가 한복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고, 주변 어딜 가던 교통이 편리.
마리아치 공연은 종종 미국 할리우드 영화 같은 데에 콧수염을 길게 기른 3~4인조 정도가 멕시코 전통 의상인 판쵸 와 챙이 넓은 모자(Sombrero)를 쓰고 나와서 빠른 리듬으로 연주와 노래하는 우스꽝 스러운 모습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현대의 마리아치 공연은 이렇게 제복(?) 같은 유니폼도 갖춰 입고 10인이 넘는 대규모 밴드가 멋진 공연을 보여준다. 대부분 멕시코 전통 노래들이지만, 귀에 익은 팝송들도 종종 들린다.
스페인에서 플라멩고를 직접 보고 들었을 때에도,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직접 보고 들었을 때에도 느꼈던 사실이지만, 어떤 문화던지 TV나 다른 매체로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보다 직접 접하면 훨씬 더 감동이 크다. 어쩜 저렇게 한명한명 연주와 노래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놨는지, 정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멋있었다. 마리아치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날려버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호텔에 머무는 2일밤 두번 모두 우리는 공연을 보러 갔다. ㅎㅎ
(공연은 멋있었지만, 10여명의 아저씨들의 제복들이 모두 저 터질듯한 뱃살을 견뎌내기 힘든 듯 하여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을 주게 되었다;;)
낮에는 위에도 잠시 언급한 Turibus (Turista 관광객 + bus) 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였다. 시내의 주요 관광지들에 정차하는데, 표를 사면 하루종일 어디에서든 횟수에 제한 없이 몇번이고 타고 내릴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방문했던 날이 주말인데다가 Semana Santa(부활절 주간) 연휴라 관광객들이 엄청 많이 몰려서, 타는 곳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타기 힘들었다는 게 함정. 그래도 날씨만 좋으면 2층에서 구경하면서 이동할 수 있고, 영어 등으로 가이드가 설명도 해 주어서 관광하기에 좋은 수단이긴 하다. 북쪽 노선과 남쪽 노선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호텔 바로 맞은편에서 정차하는 북쪽 노선을 탔다. 북쪽 노선에 소깔로(Zocalo) 광장, 국립 인류학 박물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호텔 바로 앞에 있었던 Maria Isabel 타워.
시내 중심가는 서울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다. 높이 솟은 고층 빌딩들 사이로 예술적인 동상과 구조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 모습이 인상 깊었다.
멕시코 지역 전통의 인디오스러운 문화와, 유럽의 지배를 받을 당시의 문화 유산, 그리고 카톨릭 성당과 성인에 관련된 문화 유산들, 마지막으로 모던한 건물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있는 묘한 분위기가 바로 이 멕시코 시티인 것 같다.
그 유명한 소깔로 (Zocalo) 광장 (헌법광장이라고도 함) 한 켠의 성당 앞에서는 부활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에 관련된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었다. 로마 병사들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한 마디 할 때마다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광장 한 쪽에서는 꽤 다수의 학생들이 줄을 선 채로 깃발 퍼포먼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다들 열심인 것이 마치 무슨 대회를 위해 준비하는 듯 했다.
소깔로 (Zocalo) 광장으로 가는 골목 초입에 Holiday Inn 호텔이 있는데, 그 호텔 옥상에는 유명한 까페가 있다. 이 곳에서 광장이 제일 잘 보인다고 한다. 우리도 차 한잔 하기 위해 올라갔으나, 유명세 때문인지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
다음은 멕시코가 자랑하는 국립 인류학 박물관에 갔다.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세계 3대 인류학 박물관 답게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하나하나 자세히 보려면 3일 이상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멕시코에는 떼오띠우아깐, 마야, 아즈텍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고대 문명들이 존재했었는데, 그 덕분에 전국에 어딜 파던 유물 한두개씩은 나올 정도라고 한다. 아직도 발굴이 진행중인 유적들이 많다고 하니, 이 박물관이 나중엔 더 커지는 것 아닌지...
박물관 입구.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큰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는데, 위에서 물이 떨어진다. 웅장함이 느껴지는 구조물.
이 정도 거대 구조물을 발굴하기도 힘들었겠지만, 그걸 여기로 옮겨 오는게 더 힘들었을 듯.
이것이 그 유명한 '태양의 돌'. 아즈텍 문명의 우주관을 기록해 놓은 거대한 돌판이다.
왕 대두(大頭, 공식 명칭 아님;;)
이건 대체 무슨 의미의 조각일까...
비록 전시관 전체의 반도 못 보고 지쳐서 다 보진 못했지만, 정말 한번 가 볼만한 박물관이었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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