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미국 생활기

일리노이 운전면허

시카고 커플 2019. 5. 1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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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7.

 

 

오늘은 대망의 운전면허 취득날...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집에서 약 30여분 차로 가야 하는 시험장으로 향했다. 오늘의 선수들은 한국인 3명, 중국인 2명... 다들 잔뜩 긴장한 채로 필기시험 문제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면허 시험을 위해서는 직접 차를 가지고 와야 했기에, 내 차를 포함해서 2대에 나눠 타고 갔다.

 

Elston에 있는 면허시험장. 아침 일찍 가니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좋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서류를 초벌검토하는 줄이 서 있다. 여기에서 먼저 취득하려는 면허 종류별로 필요한 서류를 다 가져왔는지부터 검토한다. 우리는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기 때문에 Temporary 운전면허 (학교 기간동안만 임시로 운전할 수 있는 면허)을 따야 한다. 입구의 직원한테 Temporary를 따러 왔다고 하니, 안쪽에 Supervisor한테 먼저 가서 일단 허가를 받아 오랜다. 가서 다시 줄을 서서 Supervisor 사인이 적힌 종이 쪼가리를 주니, 번호표를 준다. 이제부터 긴긴 기다림의 시작이다...

 

대기실에 앉아서 번호가 불리기만을 기다리다가 내 번호가 불리면 위 사진과 같이 생긴 창구에 가서 준비한 서류들을 내고 Eye exam을 받는다. 기다리는 사람 많아도 창구는 '제한적(?)'으로 열어 놓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다. 약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내 차례가 되어 창구에 갔다.

 

 *필요한 서류

  1) 여권

  2) 비자

  3) I-20

  4) 자동차 Insurance card

  5) 내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최소 2개 이상

     예) 내 주소로 배달된 '공적인' 우편물 (전기, 핸드폰, 은행 bill 등등)

 

준비한 서류들을 내고, 이것저것 답하고, eye exam을 받았는데, 한가지 서류가 문제가 되었다. 그래...왜 이렇게 술술 잘 넘어가나 했다... 주행시험을 위해서는 내 차가 보험이 들어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Insurance card가 필요한데, 내가 아직 정식 Insurance card를 못받아서 Temporary insurance card를 가지고 있었다. 그 Temporary insurance card는 내가 보험을 가입한 8월 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유효하다고 되어 있었고, 당연히 오늘(9월 26일) 면허 시험 보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라고 생각했건만, 정말 이상한 걸로 딴지를 걸었다. 자기들은 Temporary insurance card의 경우는 발행한 날로부터 1달 기간동안만 인정한다면서, 이걸 8월 21일에 받았으면 지금은 한달이 지났으니, 정식 insurance card를 가져오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창구에 서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보험 가입한 게 언젠데 왜 아직도 정식 insurance card를 안보내주느냐고....그랬더니, 이미 이전에 보냈는데, 보험회사 본사쪽에서 내 주소를 잘못 적어서 자기들(Agent 사무실)한테 반송되어 왔길래, 자기들이 주소를 고쳐서 다시 보냈으니 가고 있을거란다. (아 증말 ㅠ.ㅠ)

그럼 어떻게 하냐....오늘 시험 못보는 건가 ㅠ.ㅠ 창구 직원한테 다시 얘기했더니, 그럼 Temporary라도 다시 거기로 fax를 보내랜다. 그래서 expiration date를 고친 새로운 temporary insurance card를 거기로 fax로 보내 달라고 했다. 창구 직원은 나보고 그게 온게 확인이 되면 supervisor한테 확인받으랜다. 그런데, supervisor한테 갔더니, fax는 확인도 안하고 바로 싸인해 준다....음 뭐지? 좋은건지 나쁜건지...뭐 암튼 통과됐으니 다음단계로 간다.

 

다음 단계로 운전면허 fee를 $30 지불했다. 그리곤 필기시험장으로 갔다.

필기시험은 총 35문제가 나오는데, 모두 객관식이다. 하나 놀라운 건, 한국말 시험지를 달라고 하면 한글로 된 시험지를 준다. 뒤에 들어온 애가 일본인인지 일본말로 된 시험지 없냐고 물어보니, 일본말은 없댄다....오오!! 일리노이주에서는 한국을 일본보다 더 쳐주나 보다 ㅋㅋ

시험은 시간 제한은 없지만, 양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금방 푼다. 다 풀고 앞에 가져가면 즉석에서 채점해서 합격/불합격을 알려 준다. 조금 헤깔리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어제 밤늦게 예상문제를 받아다 외운 덕분인지 만점 받았다... 별로 자랑스러워 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깨가 좀 으쓱했다 ㅋㅋㅋ

 

필기시험 합격했다는 서류를 들고 주차장에 와서 차를 몰고 주행시험 하는 곳으로 간다. 이미 몇대의 차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와서 다시 서류를 제시하면, 깜빡이, 클랙숀 등 차를 점검하고 보험증서를 점검한 다음에 기다리라고 한다.

잠시 기다리니 어떤 아줌마 시험감독관이 와서 탄다. 시험감독관은 볼불복이다. 사실 좀 주관적인 요소가 없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감독관을 만나느냐가 그날의 시험을 크게 좌우한다. 까탈스러운 감독관을 만나면, 시험 내내 긴장하다가 실수를 하기도 하고, 별거 아닌 거에도 마구 감점한다. 다행히 내가 만난 감독관은 친절했고, 감점을 하기 보단 운전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너무너무 가르치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시험이 진행되는 약 15분동안 끊임 없이 잔소리 하더니 결국 합격 싸인을 해줬다. 나도 중간중간 깜빡이를 늦게 켜거나 하는 등 마이너한 실수를 몇번 했는데, 무서운 건 이 아줌마가 끊임 없이 웃으면서 수다를 떨면서도 나의 실수들을 다 기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들은 다 끝나고 나서 알려줬다.

 

 

다시 시험보는 곳으로 돌아온 뒤 사진을 찍고 잠시 기다리면 즉석에서 면허증을 준다. 이게 참 머라고 이 고생을... ㅋㅋㅋ 암튼 뭐 그래도 오늘 한 껀 했으니 다행이다.

면허증 오른쪽 위 가장자리부분을 보면, 약간 떨어져 나간 것처럼 보이는데, 마치 뭔가 찢겨 나간것처럼 보인다. 다시 들어가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일리노이주 모양이랜다. 원래 면허증이 다 이렇게 생겼댄다 ㅋㅋ 뭐 이런 디자인을 하고 그러시나....(사진도 오른쪽 윗부분이 약간 들어가 있다)

 

 

돌아오는 길은 차가 막혀서 멀고도 험했다. 최근들어 2회에 걸쳐서 새똥 세례를 맞은 우리 차...오늘 수고도 했고 해서 세차시켜 줬다. 거금 6.9불 들였다. 그래도 가격에 맞게 손으로 열심히 구석구석 닦아줘서 만족...

 

<모순1>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차가 있어야 한다. 도로주행 시험을 보려면 자기가 가져간 차로 직접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처럼 노란색 시험전용 차가 있어서 빈손으로 가면 되는 게 아니다. 나야 한국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가져와서 그거로 3개월간은 운전할 수 있었기에 내가 내 차를 운전해 가서 시험을 보는 게 말이 되지만, 아예 무면허인 사람들은 차를 운전해서 시험장으로 가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실제로, '너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 라고 물어보는데, 이때 면허 없는 사람이 '내가 운전해서 왔다'라고 하면 무면허 운전이 되서, 면허 시험은 커녕 법적 조치를 당하기도 한댄다.

그럼 어떻게 해아 하느냐? 면허가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태우고 와야 한다. 즉, 차가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야만 면허를 딸 수 있는 정말 웃기는 시스템이다. 그정도로 미국에서는 차가 생필품으로 여겨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가족이나 친구 많아도, 모두 다 가난해서 차가 주변에 한대도 없거나, 가족 친구 모두 다 면허가 없으면 어쩌라고?

 

<모순2> 나처럼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는 해외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에는, Social Security를 주관하는 당국에서 써주는 letter가 있어야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운전면허를 주관하는 일리노이주의 교통국과는 별도의 기관) 그래서 나는 어제 헐레벌떡 다운타운에 있는 Social Security 관련 office에 가서 그 letter부터 받았다. 그 letter의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너에겐 Social Security card를 발급할 수 없다" 였다. 즉, 나한테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다라는 걸 증명하는 letter가 있어야 Temporary 라이센스를 딸 수 있다는 것....아니,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Temporary 라이센스를 따야 하는 상황인데, 그걸 따려면 Social Security Number가 없다는 걸 먼저 증명해야 한다??? 약간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 왜 존재하는지 이해가 잘 안가는 프로세스다. 난 어차피 SSN이 없는데? 그럼 일리노이 교통국에서는 내가 SSN이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시스템 상으로 조회할 수가 없는 건가? 정말 웃기는 일이다.

 

<모순3> 오늘 함께 면허 따러 간 형님 한분은, 입구에 서류 검토하는 사람부터 삐딱하고 깐깐한 사람을 만나서, 거기에서부터 1차 빠꾸 맞으셨다. 자기 주소로 온 우편물이 2개가 각각 다른 곳에서 온 것이어야 한댄다. 부랴부랴 주변을 해매다가 어느 한인 업소에 들어가셔서 사정사정해서 겨우겨우 은행 계좌 관련 서류를 프린트해 오시고 이번엔 그 입구의 아줌마는 통과했는데, 이번엔 창구에서 2차 빠꾸...그거로는 주소 인정이 안된댄다...

이러는 와중에 같이 온 사람들은 이미 시험 다 끝내고 면허증 받고 있는데, 아직 서류 검토도 안된 단계...다시 서류를 준비해 와서 3차 시도...이번엔 아까 위에서 내가 겪었던 insurance card가 문제가 되었다. (이 형님도 내 차로 시험봐야 하기 땜에 내 차의 insurance card가 필요했던 상황) 내가 옆에 가서 나는 아까 fax 확인 안하고 그냥 supervisor 사인 받았다고 하니, 그건 실수였고, 자기들한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라는 거냐며 오히려 뭐라 한다. 그래서 같이 fax 가 있는 supervisor 책상에 가 보니, 저 구석에 이미 나의 Temporary insurance card가 약 2시간 전에 fax로 와 있었다. (내가 아까 보험회사에 요청한 시점) 결국, 지들이 확인도 안해보고 무조건 안된다고 큰소리 치던 상황이었다. 이 형님은 이런 천신만고 끝에 약 6시간 만에 결국 면허증 취득하고 함께 집에 왔다.

 

<모순4> 이건 모순은 아니지만...미국의 행정은 이미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너무너무 불친절하다. 오늘 어떤 할머니가 시험 다 합격하고 면허증 받기 전에 사진을 찍는데, 안경을 쓰고 찍느냐, 벗고 찍느냐를 가지고 담당하는 아줌마 직원하고 실랑이가 붙었다. 거의 막말 수준으로 할머니한테 머라 하고 소리 지르고 난리...우리 나라 같았으면 벌써 막말녀/무개념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랐을 상황이었으나, 여긴 주변에서 보는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뭐라도 감투 하나 차고 앉아 있으면 무서울 게 없는 곳인가 보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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