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미국 생활기

Happy Thanksgiving~!!

시카고 커플 2019. 5. 1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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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24.

 

 

우리의 추석 정도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지는 Thanksgiving 연휴가 시작되었다.

벌써 몇 주전부터 학교의 class mate들이 서로 만나면 물어보는 게 Thanksgiving 때 어디가냐, 뭘 하냐 등이다. 이것도 우리 나라에서 추석 즈음 되면 '추석 때 어디 가세요?' '고향이 어디세요?' 등을 묻는 거랑 비슷하다. 미국이 고향인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몇 주전부터 부모, 형제 등등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구하는 전쟁에 돌입했고, 연휴가 시작되는 수요일 오후 시카고 주변 도로는 흡사 우리의 추석 귀향길 정체를 떠오르게 하는 심각한 교통 체증으로 온 고속도로가 모두 마비되었다.

우리처럼 외국에서 온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번 4일간의 연휴가 가까운 도시 등으로 여행을 가기에 황금 같은 기회이다. 그래서 대부분 뉴욕, LA, 올랜도 등등 부지런히 떠난다. (하긴 4일 머물자고 고향찾아 한국 갔다 올 순 없으니 ㅎㅎ) 우리는 원래 이번 Thanksgiving 연휴 때, 일반적인 여행에서 벗어나, 진짜 미국식 시골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었다. 학교에서 외국 학생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진짜 오리지날 미국식 가정에서 진짜 오리지날 Thanksgiving 식 터키도 좀 뜯으면서 문화체험을 해보자는 게 원래 계획이었으나, 문제는 수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무려 5일을 머물러야 한다는 것. 어딘지도 모르는 시골에 갇혀서 눈치밥을 5일간 먹으면서 무슨 노동(?)을 시킬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이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시카고에 머물면서 도시의 Thanksgiving을 체험해 보기로 하였다. ^^

 

1. Thanksgiving Parade

 

이전에 TV로도 많이 봤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중요한 명절때마다 주요 도시에서는 퍼레이드를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시카고도 미국 3대 도시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퍼레이드를 하겠지 ㅎㅎㅎ 며칠 전부터 시카고 어딘가에서 퍼레이드를 한다는 광고를 보긴 봤는데, 시간/장소는 자세히 안보고 넘어갔었다.

 

드디어 Thanksgiving 날 아침...

학기 중에 이런 꿀맛같은 연휴를 주심에 한없이 Thanks 하면서 (누구한테? ㅋ) 여느 휴일 때와 다름없이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Jenny는 어딘가에서 배워 온 신종 레시피를 시험해 보느라 여념이 없고, TV를 틀자 마침 뉴스에서 퍼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TV에서 나오는 건, 뉴욕에서 진행하는 Macy's 퍼레이드였다. 매년 미국 대형 백화점 브랜드인 Macy's 에서 스폰서를 해서 이렇게 큰 퍼레이드를 한다는 얘긴 들었었다. 참가 인원도 많고, 풍선도 많고, 화려하고 유명 가수들도 나오고...정말 볼 것도 많고 재미 있어 보였다.

 

음, 퍼레이드....

퍼레이드...? 엇??

 

가만 있어 보자....시카고는 그럼 퍼레이드 언제 하지?? 후다닥 컴퓨터를 켜고 구글에 검색해 본다. 시카고는 McDonald's에서 후원하는 퍼레이드인데, 시작 시간이....아침 8시 -_-;;

시계를 보니, 거의 끝무렵이 될듯말듯한 애매한 시간이다. 그런데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장소를 보니, 우리 집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서 퍼레이드가 끝나게 되어 있다. 마침 저 먼 곳에서 쿵짝쿵짝 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면도고 양치질이고 모두 생략 -_-;;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주섬주섬 옷을 입고, Jenny의 신종 레시피는 입에 우겨 넣고 달려 가기 시작...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에 다다르니 사람들이 수백명 모여 있었고, 마침 끝무렵의 밴드가 지나가고 있었다.

퍼레이드를 하면, 저녁때 불을 밝히면서 하던가, 낮에 하더라도 오후 즈음에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얘들 왜 이렇게 부지런한거니...

 




얘들은 근교의 무슨 고등학교 밴드부랜다. 퍼레이드에 등장하는 밴드들은 여러 고등학교들의 밴드부들이 주축이 된 듯 했다.

 


조금 더 중심가쪽으로 걸어오니, 사람이 빽빽해져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오...드디어 풍선~!

근데, 누군지 모르겠다...-_-;; 너 누구니?

뉴욕 퍼레이드 보니깐, 스누피도 나오고, 스파이더맨도 나오고, 헬로키티도 나오고, 딱 보면 알듯한 캐릭터들이 풍선으로 나오던데...이 이름 모를 캐릭터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얘네들도 무슨 고등학교 밴드인 듯 하다.


치어리더들이 깃발을 흔들면서 지나가기도 하고...

 

오, 드디어 아는 캐릭터 등장...

토마스...-_-;; 우리 조카가 좋아했던 토마스...초등학생 되고 나서도 좋아하냐..

얘네들도 고등학교 밴드부...색다른 복장이다.

퍼레이드의 마지막은 산타가 장식한다.

근데 웃긴 건, 산타가 등장할 때,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서 말춤을 한참 추면서 등장한다. 여성 백댄서 들과 함께 ㅋㅋ 미국 와서 여러번 느끼지만, 싸이 엉아가 참 대단하다. 말춤추는 건 너무 멀어서 사진으로 못 찍었음.

Thanksgiving은 독자적으로도 의미를 가지는 중요한 명절이지만, 여기 와서 느끼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전초전 정도로 느껴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의 예고편 정도랄까... 길거리는 Thanksgiving을 전후로 트리 장식이나 나무에 전등들을 장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퍼레이드에도 크리스마스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

 

2. Black Friday

 

Thanksgiving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중요 어구는 Black Friday이다. 통상 목금토일의 연휴 중, 목요일인 Thanksgiving 바로 다음날 금요일을 뜻한다. 이 날은 미국에서 가장 세일을 크게 하는 쇼핑을 위한 날이다. 이미 몇 주전부터 TV에서는 Black Friday 관련 세일을 광고하는데, 'Doorbusting sale'이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다. 사람들이 하도 몰려 들어서 문이 부서질 정도라는 뜻인가...

또 하나 재미 있는 건, 샵마다 백화점마다 문을 여는 시간이 다르다. 정상적으로 금요일 오전에 문을 여는 가게들도 있지만, 많은 샵들이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자정에 문을 연다. 특히, 대형 백화점인 Macy's나 전자전문 매장인 Best Buy의 경우, 자정부터 몇 시간동안 가장 큰 폭의 세일을 진행한다. 샵에 따라서는 새벽 2시에 열거나, 4시에 열거나, 6시에 열거나 등등 제각각 여는 시간도 다르고 세일 폭도 다르다.

퍼레이드를 제대로 보는 데에 실패한 우리는 Black Friday를 체험해 보기로 결심을 굳히고, 일단 동향을 살피기 위해 낮 시간에 다운타운의 쇼핑가로 향했다. 문을 연 상점들도 극소수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고 밤 몇시에 혹은 다음날 몇시에 연다는 표지판이 걸려 있었다. Macy's 같은 곳은, 문은 닫은 채로 매장 안에서 이미 낮부터 열심히 오늘밤의 손님 대란을 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 문 바깥쪽 바로 앞에는 오늘밤 매장에 먼저 들어가려고 벌써부터 줄 서 있는 사람들도 보인다. 장시간 밖에서 떨 걸 대비해서 의자와 담요 등을 준비한 채로 매장 안에서 준비하고 있는 직원들과 대치 상황을 연출한다.

한가지 신기한 건, 길거리에 동양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이 보인다. 대부분이 중국 사람. 시카고에 이렇게 중국 사람들이 많았었나...? 주변의 온갖 유학생들이 다 모였거나, 혹은 이 때를 맞춰서 단체로 관광을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드디어 자정무렵. 우리는 단단히 준비를 하고 비장한 발걸음을 옮긴다. Macy's에 도착하니, 헉!! @.@ 말이 안나온다. 자정에 맞춰 들어가기 위해 아까 아침의 퍼레이드 때 모인 사람들 정도의 사람들이 Macy's를 빙 둘러싼 채 줄을 서 있다. 무슨 유명가수의 콘서트 현장에 온 듯 하다.

 


건물을 빙 둘러싸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줄의 끝은 어디인가...

 

가도, 가도, 계속 가도...

 


건물 뒷편의 주차장까지 들어왔는데도 줄이 끝이 안난다...

 


드디어 자정이 되자, 사람들이 '우워~~~' 하는 괴성을 지르면서 매장 안으로 몰려 들어간다. Macy's 들어가는 줄이 너무 길어서, 그 옆에 쇼핑몰로 들어가는 줄에 섰다가 쪽문으로 Macy's로 진입했는데, 들어가는 길목길목마다 문을 연 매장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이 무슨 그 가게 털러 들어가는 양 눈에 불을 켜고 습격해 들어갔다. 마치 LA 흑인 폭동 때 성난 폭도들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뭔가가 필요해서 그것을 사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냥 그것이 거기 있기에 사러 온 사람들이었다.

위 사진은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여기가 미국이냐 중국이냐...@.@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옷들이 워낙 스타일이 달라서, 별로 맘에 드는 옷을 찾기 힘들다는 것. 한국에서는 L 사이즈 옷을 주로 찾아 입었는데, 여기는 S나 M 사이즈...그것도 Slim fit 쪽으로 가서 잘 뒤져봐야 나한테 맞는 옷 찾을까말까...음 나정도 몸매는 미국에서는 마른 편이구나 하하하... 결국 자켓 하나, 목도리 하나 건져서 나옴. 그런데 할인율은 정말 크긴 컸다. 기본적으로 20~30%에 제품에 따라 50~60% 세일도 있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자정부터 제한된 시간동안은 추가 20% 세일...

 


Macy's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Best Buy에 구경하러 갔다. 여기도 사람들로 미어터지긴 마찬가지...TV나 모니터, 카메라 등은 할인율이 매우 큰 것 같았다. 다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가지 않는 이상, 그걸 찾기 조차 힘들었다.

 

이건, 계산하려고 기다리는 줄이다. (사진 오른쪽이 계산대) 설령 원하는 물건을 손에 쥐었다 하더라도, 계산하고 가게를 벗어나는 건 또 하나의 난관처럼 보였다. 어림잡아 줄 서는 시간만 한시간 이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가게 문 열자마자 들어가서 양손에 들 수 있는 한 최대한 물건들을 끌어안고 바로 계산대로 달려가서 계산한 다음, 그것들을 나중에 환불하거나 eBay 등을 통해 중고로 되판다고들 한다. 미국에선 환불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해주니깐...

 

오는 길에 샵 하나 더 구경하고 집에 오니 새벽 3시반...무슨 큰 싸움을 치르고 온 것처럼 극도로 피곤했다. 미국 와서 처음 경험한 Thanksgiving이라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지만, Made in China 제품을 사기 위해 먼 미국 땅까지 와서 저 고생하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씁쓸한 웃음이 지어지기도 하였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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