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미국 생활기

시카고 교통 위반 딱지

시카고 커플 2019. 5. 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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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2. 25.

 

 

2013. 2. 4 

바쁜 겨울 학기 와중에 굳이 생각나지 않는 한 잘 안들여다 보게 되는 우편함을 며칠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우편함을 들여다 보니, City of Chicago Department of Finance에서 온 우편물이 와 있었다. 시카고 시에서 무슨 볼 일로 나한테 편지를 보냈을까... 가끔 이런 곳에서도 쓸데 없는 메일들이 온 적이 있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봉투를 뜯어 봤더니, 내가 신호 위반을 했다는 내용과 함께 벌금, 증거 사진 등이 적힌 ticket이 들어 있었다.

 

 

뭐라고라고라????!!!!

내가 위반을 했다고??!!

 

안그래도 타지에 와서 더욱 조심조심 운전하느라 신호, 속도 완전 철저히 지켜 가면서 운전해 왔는데, 이건 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이건 나일 리가 없었다. 일단 차 번호하고 차종은 내 차가 맞긴 맞는 거 같은데, 찍힌 장소를 보니, 내가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동네였다.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것이리라...찍힌 날짜를 보니, 거의 한달 전이었다. 가물가물해져 가는 기억을 Jenny와 열심히 더듬어 보니, 그 즈음에 그 동네에 있는 식당을 처음 시도해 보려고 갔었던 게 생각났다. 음...일단 내가 운전한 게 맞긴 맞구나...

 

City of Chicago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티켓 번호를 조회해 보니, 내가 찍힌 카메라 영상을 그대로 볼 수가 있다. 영상을 보니, 분명 내 차가 교차로에 도착하는 순간에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는데, 내 차가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다른 건 몰라도 우회전만큼은 신경 써서 하고 있었는데, (왜냐 하면 한국하고 우회전 관련해서 조금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여기 와서 특별히 우회전 신호를 어긴 기억이 없었던 거로 봐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었다.

 

첫번째 가능성은, 'No turn on Red' 표지판이 있는데 (즉, 빨간 불일 때 우회전을 하면 안되는 곳), 내가 못 보고 빨간 불에 우회전을 해 버린 것.

 

두번째 가능성은, 그곳에 'No turn on Red' 표시가 없었던 것.

 

두번째 가능성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영상을 자세히 보니깐, 우회전 하는 지점에 아무런 표지가 없다. 이건 분명 No turn on Red 표지판이 없는 곳인 것이다. 즉, 빨간 불에 우회전을 해도 되는 곳인데, 나보고 빨간 불에 우회전 했다고 실수로 티켓을 준 것이다. 이건 뭔가 착오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럼 그렇지 나처럼 교통 규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운전하는 모범 운전자가 교통 신호를 위반했을 리가 없다. 이건 분명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다!! @.@

 

참고) 일리노이 교통법에 따르면, 위 사진과 같이 교차로에 'No Turn on Red' 표지판이 있는 경우, 빨간 신호에서 우회전을 하면 안된다. 파란 신호일 때에만 우회전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다 보면 우측에서 보행신호를 받아 건너는 사람들을 다 기다렸다가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것. 특히 보행자들이 많은 시카고 다운타운 등에서는 상당히 성가신 규칙이다. 더군다나 이 표지판이 잘 안보이는 곳에 있거나 나무나 사람 등에 가려 있는 경우 본의 아니게 교통 위반을 하기도 한다...이런 표지판이 없는 대부분의 교차로에서는 아무 때나 차나 보행자만 없으면 우회전을 해도 된다.

 

 

2013. 2. 8

위와 같은 자기 합리화를 하고 나서는, 또 며칠이 지났다. 아 참, 이거 뭔가 내가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같던데...

그제서야 글자가 너무 빽빽하게 써 있어서, 이건 읽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는 뒷면을 자세히 읽기 시작했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말들이 가득하다. 워낙 법 관련 영어 단어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내용이 매우 생소했다. 'Hearing'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잉? 이건 뭐지? 이건 무슨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내용이라는 건가...? @.@;;

 

내가 너무 creative 했나 보다 ㅋㅋ 사전을 찾아 보니, Hearing 이란 해명, 약식 공판 등의 뜻도 있었다. 즉, 티켓에 표시된 By date 까지 벌금을 내던지, Hearing 하겠다는 의사를 보내라는 것이었다. By date를 보니, 2/10. 잉? 내일 모레다. 오늘이 금요일이니깐, 일요일까지 보내라는 것. 주말에 일 안하는 여기 관공서 특성 상, 오늘까지 보내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헐, 이걸 이제야 발견하다니 -_-;;

 

Hearing 요청을 위해서는 티켓 아래쪽에 붙어 있는 stub 부분을 잘라서 회신하면 되는데, 우편으로도 본인이 무죄라는 증거와 함께 보낼 수 있었고, 직접 시카고 시내에 몇 군데 있는 Hearing Center를 방문해서 직접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었다. 나는 전혀 죄가 없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므로, 아래 그림과 같이 당당하게, In-Person Hearing 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린 후 보내기로 하였다. 난생 처음으로 미국 정부와 맞서는 짜릿한 기분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법원에서 멋지게 증언해서 나의 누명을 벗겨냄으로써 이 세상 나처럼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의 등불이 되리라~~!! 내 이름이 미국 내에서 싸이에 이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사람으로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도록...

 

 

앗 근데, 오늘 금요일인데 오늘까지 보내라고 했으니, 우편으로는 오늘 내에 도착을 못할 것 같고...할 수 없이, Central Hearing Facility (400 W. Superior) 에 직접 가서 전달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긴 곳인데, 15분 기다려서 몸 수색, 가방 수색 다 하고 들어가서는, 1분도 채 안걸려서 나왔다. Hearing Request 종이 한장 딸랑 drop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 며칠 이내에 이 곳에서 가능한 날짜를 나한테 통보해 준다고 했다. 난 어찌 됐건 무죄이므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서, 당당하게 drop 하고는, 당당하게 걸어 나와서, 당당하게 학교엘 갔다. ㅋ

 

 

2013. 2. 13

Hearing 요청을 한 이후로 매일매일 우편함을 열어보는 데 아직 답이 없다. 하긴 3일 밖에 안 지났구나 ㅋㅋ 나는 어떤 재판에 서게 될까? 변호사는 필요 없겠지? 영화 어퓨굿맨에서 봤던 재판 장면 같은 걸 혼자 공상하면서 이것저것 무슨 말을 할지 영작도 해 보고 했는데....아 맞다. 중요한 걸 잊었네...증거가 있어야지...

 

나의 무죄를 증명해 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 다시 가 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카메라에 찍힌 정확한 지점을 찾아내야 했는데, 티켓에 적힌 주소를 구글맵에 찍어 보니, 이건 차가 다니지 않을 얼토당토 않은 위치가 나온다. 음, 내가 여기를 지나갔다는 건 전혀 말도 안되고, 일단 그 근처의 대략의 위치와 길 모양 등을 머릿 속에 그려 넣고, 사건 발생 당일에 갔던 음식점에 차를 몰고 가서, 거기서부터 집으로 다시 운전해 와 봤다. 그 날 일어났던 일을 다시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하는 기분으로 ㅋㅋ

 

그러다 보니, Lakeshore 고속 도로로 올라가기 직전에 카메라 영상에서 본 듯한 길이 나왔다. 아, 여기구나!! 주변에 차를 대고 걸어서 가까이에 가 봤다.

 


이 곳이 바로 사건이 발생한 지점이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오른쪽 기둥에 떡하니 보이는 건...

No Turn on Red...

저 건너편 반대쪽 기둥에도 작긴 하지만 붙어 있다.

즉, 내가 신호 위반을 한 게 맞았던 것이었다. -_-;;

카메라 각도 때문에 카메라가 찍은 영상에서는 저 기둥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더욱 웃긴 건, 위 사진에서 보이듯이, 무지무지하게 큰 카메라가 아주 적나라하게 찍고 있었다. 난 어딘가 아주 높은 곳에 설치된 고성능 카메라가 몰래 숨어서 찍고 있을 줄 알았는데, 우회전 하는 곳 바로 옆에 무슨 TV 방송장비만큼 큰 카메라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이걸 못 보고 걍 우회전을 해 버렸으니, 이런 바보짓이 또 있을까 ㅎㅎㅎ

한국의 위상이고 뭐고, 어퓨굿맨이고 뭐고...이걸 갖고 반박하면 정말 웃음거리가 될 판이다 ㅋㅋㅋ

 

걍 벌금내야겠다.

City of Chicago 님, 잘못했어요! ㅋ

 

2013. 2. 22
지난 주 현장 검증을 하고 나서, 이미 Hearing 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진 후인데, 학교 갔다 와 보니, 또 하나의 우편물이 와 있다. 이번에는 좀 더 무서운 말투로 'Notice of Determination' 이랜다. 뭐가 결정되었다는 거지...?

또 '읽을테면 읽어봐라' 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뒷면을 돋보기를 이용해서 자세히 읽어 보니, 내가 이전에 받은 ticket의 By date 까지 Hearing 의사 표시 혹은 벌금 지급을 안했거나, Hearing 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걸 보낸댄다. 분명 나는 By date 이전에 직접 방문해서 Hearing 요청서를 drop하고 왔는데, 아마 중간에 행정에 착오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넌 잘못한 게 너무 명백하니 걍 입 다물고 내라' 라는 뜻이거나 ㅎ

 

이번에도 Due date 까지 탄원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이 날짜까지 벌금을 안 내거나 탄원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에는 Final Determination 이란 게 통지되게 되어 있었다. 그 때에는 반박의 가능성 없이 무조건 벌금을 내야 한다.

 

온라인에 들어가서 (cityofchicago.org/finance) 신용카드로 벌금을 지불하니 매우 간단했다. 나중에 듣고 보니, 100불짜리 티켓이면 미국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벌금에 속한댄다. 속도/주차 위반으로 200불이 넘는 티켓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니...아무튼 조심 운전을 한번 더 되새기게 되는 경험이었다. ㅋㅋ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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