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한국에 있을 때 HP의 복합기를 사서 잘 사용했었다. 제품명은 HP Deskjet K209A Ink Advantage 모델...당시 나온 제품 중에 잉크 유지비가 가장 적게 드는 모델이라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했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 모델이 지금까지도 HP 모델 중에 가장 잘 나가는 모델 중의 하나인 듯 하다.
(사진 출처: http://kr.aving.net/news/view.php?articleId=139528)
미국에 오게 되면서, 나는 이 복합기를 당연히 가져 오기로 했다. HP가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이니, 당연히 이 제품의 잉크 카트리지를 미국에서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였다.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 같아서 인터넷에 찾아보지도 않고 덜컥 가져온 게 실수였나...
Best Buy를 비롯해서 몇군데 전자제품 매장에 가봤는데, HP 잉크가 정말 종류별로 한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K209A 용 703번 잉크 카트리지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좀 이상해서 아마존 등등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703은 구할 수가 없었다. HP 공식 웹사이트에 가서 뒤져봐도, K209A 라는 모델이나, 703번 잉크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즉, 결론적으로 미국에서 이 잉크 카트리지를 구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사진 출처: http://kr.aving.net/news/view.php?articleId=139528)
나는 이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미국 회사 (물론 이젠 글로벌 회사라고 해도) 제품의 잉크 카트리지를 미국에서 구할수 없다니!!
1. HP 미국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customer service에 이메일을 썼다. 나 한국에서 HP 완전 사랑했는데, 이걸 미국와서 쓰려고 하니, 잉크를 구할 수 없다고...
답장은 하루도 안되서 빨리 왔는데, 내용이 가관이다...프린터의 시리얼 번호, OS system, PC와의 연결 방식 등을 답장을 주면 도와주겠단다. 아니, 잉크 카트리지랑 이 정보들이 무슨 상관이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은 그대로 순응하기로 했다. 프린터를 뒤집어 드는 수고를 감내해 가면서 시리얼 넘버를 적어다가 답장해 줬다.
2. 그간의 미국에서 뭔가 서비스를 받았던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이거로는 전혀 미덥지가 않아서 한국 HP 사이트에도 고객지원에 이메일을 보냈다. 미국에서 703 잉크를 구할 수 있는지와 만약 구할 수 없다면 K209A 에 들어갈 다른 잉크 번호를 알려 달라고...어쨌던 미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것이었다. 그런데 날라온 답장은, 무책임하게도 아주 간단한 답으로 K209A에는 703 잉크 이외에는 안된댄다. 아 이녀석아, 그럼 어쩌란 말이냐....갖다 버리랴???!!!
갖다 버리냐는 거냐고 답을 썼다. 그리고 K209A가 미국에 출시가 됐는지만 알려 달라고 했다. 그정도 간단한 부탁은 들어줄 수 있겠지...얘네도 내부 시스템 같은데서 조회할 수도 있을테니깐...
3. 그러는 와중에 미국 HP에서 답이 왔다. 답은 아주 간단하다. customer service 콜센터 전화번호 하나 간단히 알려 주면서 'right department'에 컨택하랜다. 야, 이 !@#!@#$!@#% 야~~~!!!!
이제 보니, 내가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답하는 놈이 다르다. 이 메일들을 답하는 부서가 있고, 메일이 올때마다 그 부서에 한가한 사람한테 랜덤하게 가는 모양이다.
4. 이쯤되니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한다...이제 인사고 뭐고 필요 없다. 아주 간단히 답을 보낸다.
Which department is the 'RIGHT' department?
I don't think my question was that difficult.
If you were going to answer like this, why did you ask the serial number?
My question is simple.
Is it possible to buy 703 ink catridge in US? or not?
한 가지 웃긴건, 고객이 customer service에 메일을 보내면, 일단 무조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메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일이 날라온다. 저렇게 메일 보냈는데도 고맙다고 날라온다 ㅋㅋㅋ
5. 위에 한국 HP에 보낸 메일에 답이 온다. 뭔가 길게 답이 오긴 했는데, 오히려 내용이 헤깔리기만 하고, 결론은 미국에서 출시한 모델은 자기는 모른댄다. 정말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태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미국에서 출시한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 HP에 문의하라면서 미국 HP 웹사이트를 알려준다. 내가 지금 메국에 출시한 제품이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문의하는 것이냐??? 고객이 뭘 원하는지 통 이해가 안가냐?
6. 이번엔 위에 쓴 메일에 대해서 미국HP의 또 다른 놈이 답이 온다. 703 잉크는 미국에서는 살 수 없댄다. (알아 임마)
그런데, 이 놈이 이상한 얘길 한다. 'regionalization'를 하면 미국에서도 잉크를 살 수 있댄다. 그러니, regionalization을 하려면 아래 번호로 전화하라면서 콜센터 번호를 주는데...웃긴건...한국 HP 콜센터다.
정말 웃기는 상황이다....한국 HP에서는 미국에 알아보라고 하고, 미국 HP에서는 한국에 알아보라고 한다. 자기가 모르면 그냥 다른 쪽에 떠넘기기만 할 뿐, 그 누구도 나서서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는다.
다시 열이 올라서, 미국 HP 쪽에 분노의 답장을 썼다. 대체 regionalization이란 게 무엇이냐, 프린터를 뜯어 고치라는 말이냐 등등
7. 또 다른 놈이 미국 HP에서 답이 온다. 뭐 잉크 카트리지나 DVD 등을 'region' 개념이 있어서 이걸 해결해야 한다나...대체 알 수 없는 말을 잔뜩 써 놓았다. 아니 이놈은 지금 내가 하는 질문의 요지를 알고 있는건가? 매번 답을 하는 놈이 바뀌다보니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그런데, 그러면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린터의 'test page'를 인쇄해서 스캔해서 보내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내가 지금 프린터에 이상이 있어서 문의하는 게 아니잖냐...
8. 프린터의 테스트 페이지를 인쇄하니, 조그만 배(과일) 그림이 인쇄되서 나온다. 이건 뭐지...아무래도 이건 아닌거 같아서 스캐너 정렬하는 페이지도 같이 인쇄해서 스캔해서 답으로 보내준다...이게 대체 잉크 카트리지 구매랑 무슨 상관일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9. 이번에도 다른 놈한테 답이 오는데, 문제 해결이 안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래 콜센터 번호로 연락을 하랜다. 그러려면 여태까지 왜 이런저런 일 다 시켰니?? 이젠 열받기도 지쳐서 그냥 관둘란다. regionalization이니 머니...해결되면 미국에서 살 수 있다는 무책임한 말도 전혀 말도 안되는 뻥일 뿐이었던 것인가...
10. 이제 마지막 하나의 길만 남았다. 한국 콜센터에 전화해 보는 것...정말 여기에서는 내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한국 업무 시간에 맞춰서 전화해 본다. 상담원에 연결되서 이래저래 내가 겪고 있는 문제와 그간의 어려움을 설명하니, 잠시 기다리라더니, 잉크 카트리지 쪽 부서로 연결해 준다.
또 다시 새로운 사람과 이래저래 내가 겪고 있는 문제와 그간의 어려움을 반복한다. 그 사람도 정확히 알고 답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해한 결론은, 같은 HP라 해도, 지역마다 국가마다 출시되는 제품이 다르니, 미국에서는 K209A가 출시가 안되고, 거기에 맞는 703 잉크 역시 구할 수 없다는 답이었다. 아마도 K209A 모델은 한국이나 아시아 시장에 맞춘 제품인가보다.
결국 며칠 간에 걸쳐서 수 많은 이메일과 전화로 알아봤지만, 이 잉크 카트리지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에서 사 오는 것 뿐이었다. 물론, 나도 전 세계에 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국가마다 제품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하고, 제품에 따라 구할 수 있는 국가가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건 그 간단한 사실을 가지고 빙빙 돌려서 소비자의 진을 빼 놓는 customer service였다.
과연 HP를 글로벌 수준의 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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