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미국 생활기

시카고에서 전기 신청하기 (ComEd)

시카고 커플 2019. 5. 18.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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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6.

 

미국의 행정 절차는 느리고 답답하기로 유명하다.

그냥 느리기만 한 거라면, 그나마 참겠는데, 느리면서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전기를 신청할 때도, 비행기표를 사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 흔한 프린터 잉크 사는데도, 학교에서 날라온 Tuition bill 이 잘못되어 해결할 때도...

다양한 방면에서 공통적인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A한테 물어봐라, A한테 물어보면 B한테 물어봐라, B한테 물어보면 C한테 물어봐라, C한테 물어보려다 보면 업무 시간 끝났으니 내일 연락해라....계속 질문이 돌고 돌다 보면 뭐 하나 하는데도 며칠씩 그냥 간다.

 

여기, 대표적인 사례로 시카고에 와서 전기를 신청한 예를 소개한다.

 

미국은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가 민영화되어 있고, 시카고 지역에서 전기 서비스 관련해서는 ComEd 라는 회사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ComEd 아니면, Champion 두 회사 중에 고르라고 하기에, 일단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ComEd로 신청하기로 했다.

 

* 8월 14일

이제 바로 다음날 (8월 15일)이면 새 집에 입주하는 날이다. 당연히 전기가 있어야 살 수 있으니, 전기를 신청해 볼까...웹사이트에 가서 신청하면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신상 정보를 입력하고, 주소 입력하고, 연락처 넣고 등등....다 입력하고 나니, SSN을 넣으랜다...젠장, SSN이 없으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없고, 나의 신분과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두 개 들고 가까운 PSID office를 방문하랜다. PSID office는 또 뭐지? 아마도 시내에 몇 군데 전기료를 직접 낼 수 있는 사무실들이 있는데, 그중 몇군데에서 신분 증명을 해 준다고 거길 가서 신분 증명을 먼저 받으랜다.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PSID 지점을 찾아 가 보니, 저소득층이나 노숙자 등의 생활 지원을 해 주는 곳 같은 곳이다. 내가 왜 이런데 와서 불법 체류자 취급을 받고 있는거지...? 딱 봐도 불법 체류자들이나 생활이 찢어지게 가난해 보이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순서가 되어 신분증을 보여 주려고 보니, 지금 ComEd 등록 관련 서버가 다운되서 지금 할 수 없댄다. 아니 내일부터 당장 전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어쩌라고? 그랬더니, 역시 '어쩌라고?' 라는 제스쳐로 어깨를 들썩 거린다.

나보고 서버가 다시 들어올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던지, 나중에 전화해보고 다시 오랜다. 다만, 자기네들은 4시까지만 일하니 그 전에 오랜다. (이 때가 이미 오후 2시) 밖에서 좀 시간을 때우다가 다시 전화해 봐도 아직 서버 복구 안됐댄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전기 오늘 신청해도 이거 서버에 등록되고 프로세스 하는데 1주일 이상 걸려. 어차피 내일부터 당장 너네 집 전기 끊기지 않을거야. 2달동안 전기세 안내면 그 때 끊겨.' 혹시나 끊길까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간다.

 

* 8월 17일

두 달간은 전기 안 끊길거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도 해서 위에 말한 PSID 지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서버가 복구되어서, 한 5분만에 신분증 2개 보여주고, 서버에 등록 성공. 근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일단은 내 신분 관련해서 확인을 하고 confirmation number만 받았다. 이제 신분은 확인이 되었으니, 이제 정식으로 ComEd에 전화해서 새로 account를 열고 전기를 신청하랜다. -_-;

그래 놓곤 콜센터 전화 번호를 알려 주면서, 7일 이내에 여기 전화해서 account를 새로 만들랜다.

 

* 8월 21일

콜센터에 전화한다. '다음 가능한 representative가 전화 받을 거니 기다려라' 라는 메세지와 이상한 음악을 들으면서 약 30여분 기다린 후에 드디어 연결이 된다. '나는 외국인이라 SSN이 없어서, PSID에 가서 신분 확인하고 confirmation number를 받았고...' 등등등 주저리주저리 말하니깐, 상담원이 이것저것 조회해 보더니, 니가 입력한 게 아직 서버에 등록이 안됐댄다. (아니 내가 17일에 내 눈앞에서 서버에 등록한거 봤는데??) 그러더니, 이게 working day 기준으로 약 5일이 걸리니, 나중에 다시 전화하랜다.

 

* 8월 24일

다시 콜센터에 전화한다. 똑같은 메세지와 음악을 들으면서 기다린다. 30분을 기다려도 상담원이 안받는다. 좋아...누가 이기나 해보자...전화를 끊지 않은 채로 TV 보면서 기다리다 보니 한 한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상담원이 받는다. 또 '나는 외국인이라 SSN이 없어서, PSID에 가서 신분 확인하고 confirmation number를 받았는데, 서버에 등록이 어쩌고...'등등등 또 주저리주저리 하니, 상담원이 또 이것저것 조회한다. 아!! 이번엔 내 이름이 있댄다. 내 주소랑 confirmation number도 얘기한다. 드디어 되었군!! 근데 아직 된 게 아니랜다. 이게 서버에 등록은 되었는데, 이게 분명히 서버에 등록이 되어서 account를 열기까지 working day 로 5일이 더 걸리니깐, 5일 더 지나고 나서 다시 콜센터에 전화를 하랜다. 아 이놈의 자식아!! 나 이미 5일 기다려 전화하고, 한시간 기다렸다 이눔아!!!

아니, 서버에 이미 등록된거 아니냐고...내 이름 있지 않냐고 해도 더 있어야 한댄다. 꼭 전화하랜다...분명히 make sure 하기 위해서...

 

* 9월 4일

Working day로 5일 (즉 1주일)을 충분히 주고, Labor day 까지 쉬고 나서 다시 전화 시도한다. 또 한 30분 기다려도 안 받길래 이번엔 포기...학교 가야 한다...

혹시나 웹사이트에서 이메일 등으로 할 수 있는지 찾아봐도, account number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콜센터에 전화해서 account number를 받는게 우선...

 

* 9월 5일

다시 한번 콜센터 전화 시도...이번엔 약 25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받는다. 또 위에 설명한 걸 주저리주저리...이번엔 잘 등록이 되었고, account number를 불러준다. 드디어 성공~!!

 

* 9월 5일 밤 (현재)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 보니, ComEd에서 우편물이 날라왔다. 드디어 잘 등록이 되었다는 증거인가~!!! 열어보니...

120불 Deposit 내랜다. 나의 credit 정보가 없다고...-_-;

이런 Q!@#$%!#$^%@#^ 놈들아~~!!!!!!

 

결국, 전기 신청하는 데에 약 3주가 걸렸다. 그것도 아주 painful한 3주...

 

한국에서는 전혀 상상도 못할 수준의 서비스인데, 미국에서는 이정도는 아주 양호한 수준이라는...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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