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Chicago Booth MBA

Booth MBA 졸업식

시카고 커플 2020. 2. 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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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4.

 

Booth에서의 마지막 학기,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르기가 무섭게, 졸업식이 다가왔다.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 1주를 보내고 바로 그 주 토요일이 졸업식이다. 나는 게다가 마지막 학기에 금요일에 수업이 몰려 있어서, 금요일(6/13)까지 정신 없이 지내다가 힘든 시험과 과제 제출을 마치고 나니, 바로 다음날이 졸업식이다. 뭐, 마지막 학기고 뭐고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다. ㅎ

 

졸업식에 필요한 가운과 모자 등등을 졸업식 전날 밤에야 부랴부랴 꺼내서 걸쳐 본다. 어떻게 써 봐도 안 멋있는 사각모와 시커먼 가운을 입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ㅎㅎ 이미 작년에 졸업한 선배들이 사용하던 것을 일정한 금전 혹은 노동(?)의 대가로 받아 놓은 채 거의 1년동안 방치해 두던 것들이다. (새로 사려면 거의 돈백불 들어가는데, 새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졸업식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헐값에 교환이 이루어진다.)

 

졸업식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 지는데,

1) 아침 9시부터 시카고 대학교의 메인 캠퍼스에서 이루어지는 Convocation Ceremony와,

2) 오후 4시부터 다운타운의 McCormick Place에서 진행되는 Booth Diploma and Hooding Ceremony 가 그것들이다.

위 1)번은 University of Chicago 전체의 졸업식으로, 시카고 대학교 모든 단과대학 (법대, 의대, 인문대, 경영대 등등...) 의 모든 졸업생 (학부생, 석사, 박사 등등...) 이 다 모여 시카고대 전체 총장의 주관으로 이루어진다. 이 행사는 대학의 전통을 이어가는 하나의 엄숙한 의식 같은 행사로, 주로 총장과 학장들의 연설로 이루어지며, 이 행사 이후 오후에는 각 단과대 별로 찢어져서, 별도의 시간과 장소에서 각 단과대학장이 학생 한명한명에게 졸업장(diploma)를 수여하는 행사를 가지는데, Booth 의 경우는 위 2)번이 그것이다.

쉽게 말해서, 1)번은 필수는 아니고, 2)번이 필수인 셈이다. ㅎㅎ

 

아침 행사의 경우, 학부생들 위주의 행사라 내 주변 Booth 동기들은 아무도 가지 않았고, 게다가 하필 이날 I90/94 고속도로 남쪽 구간이 공사로 차단되어 학교 근방에 극심한 교통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굳이 수천명이 모이는 복잡한 곳에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전 행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오후 필수 행사만 참석하기로 하였다.

 

혹시 아침 행사 (Convocation Ceremony)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하시길 ^^

(학교에서는 친절하게도 매년 졸업식 행사를 촬영하여 Youtube에 올려 놓는다.)

 

http://youtu.be/tAxuPVFx8QA

 

 

오후 행사는 4시부터 시작이지만, 졸업생들은 3시까지 오라고 한 상태. 졸업생 가족들도 3시부터 관중석 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는 조금 서둘러 출발했다. 행사가 열리는 McCormick Place는 집 바로 근처에서 Metra를 타고 4정거만 가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

이 곳은 각종 컨벤션 및 거대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데, Obama 대통령이 재선되었을 때 첫 당선 연설을 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McCormick Place 메트라 역에 도착하니, 정장 차림의 졸업생들이 가족들과 함께 행사장으로 가고 있다. 다른 단과대들은 모두 이 행사를 학교에서 진행하는데, 굳이 다운타운의 별도 장소에서 진행하는 것은, MBA 학생들에 대한 특별 배려이자, 다른 단과대와의 차별성을 강조함이 아닐까 싶다.

 

 

메트라 역에서 McCormick Place로 들어가는 구름다리.

이 다리 밑으로 Lack Shore Drive 가 지나간다. 지난 2년간 학교 오갈때마다 이 구름다리는 뭘까 항상 궁금했는데, 졸업날에야 이곳에 와 보는구나 ㅎㅎㅎ

 

행사장에 도착하니, 행사까지 꽤 시간이 많이 남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졸업생 및 가족들이 이미 많이들 와 있었다.

 

 

졸업식 가운과 사각모 등이 어색한 복장이라는 건 외국애들도 다 마찬가지인지, 다들 가방이나 쇼핑백에서 주섬주섬 꺼내서 여기에서 위에 걸쳐 입는다.

 

 

이건 뭐지?

졸업생 복장 중에 지금도 이해가 잘 안가는 부분이다.

검정색 가운 위에 걸치는 후드인데, 우스운 꼴이지만, 저게 저 후드를 걸치는 정석이다. 학교에서는 저렇게 하라고 후드 입는법 동영상 까지 배포하면서 교육한다. 저걸 걸친 후에 꼭 저렇게 빨간 부분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어야 한다고 한다. 그 덕분에 졸업생들은 앞에서는 다들 멀쩡한데, 뒤에서는 다들 꼴이 우습다. ㅎㅎㅎ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이런!!

어쩐지 윗층이 한가하다 싶었더니만, 아래층에는 이미 수백명은 될 것 같은 졸업생 가족들이 와서 줄을 서고 있다. 다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일찍부터 와서 줄을 서는 것이다. Jenny는 마침 만난 일본인 친구의 아내와 함께 줄을 서고, 우리는 학생들이 모이는 곳으로 갔다.

 

 

학생들은 별도의 큰 방에서 집합.

다들 설레임 반, 아쉬움 반인 모습이다. 평소에 별로 안 친하던 애들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다들 친한 척 한다. (처음 인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ㅋㅋㅋ 졸업식날 서로 소개하고...)

 

 

이 방에서는 들어가는 입구에서 졸업식 복장을 제대로 갖췄는지 검사하고, 한번 들어간 학생은 밖으로 못 나가게 한다. (방 안에 화장실도 갖춰 있기 때문에 화장실 핑계도 안 통한다.) 가족들 잠시 만난다고 밖에 나갔다가 늦어지거나 하면 행사 진행이 안되기 때문인가 보다. 자유의 상징인 미국에서도 다 큰 어른들한테 이렇게 유치원 같은 통제를 하는 걸 보니, 졸업식 행사가 꽤 중요하고 엄숙한 행사이긴 한 모양이다.

 

체크인(출석 확인)을 하고 나면, 이렇게 개개인별로 이름과 번호가 적힌 띠를 손목에 채워 주는데, 흡사 놀이공원 티켓 같다. 이 역시 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졸업생들은 이 번호를 보고 자신이 줄을 서야 할 곳과 앉아야 할 곳, 그리고 졸업장을 받으러 나갈 순서 등을 알 수가 있다. 이제부터는 행사 내내 이번호만 쫓아 다니면 되는 것이다.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번호 순으로 줄을 서니, 식장에 입장할 준비 끝! 

 

 

한편 객석에서도 가족들이 자리를 잡고 앉고 나니, 졸업식 준비 끝!

 

 

드디어 졸업생들이 식장에 입장한다.

무대의 오른쪽 뒷편에서 한명씩 나와서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졸업생들은 1층, 가족들은 2층에 앉는다.)

 

 

나도 어두운 무대뒤를 한참 지나 커튼 옆의 모퉁이를 지나니, 우왓~!

관객석을 가득 메운 많은 사람들과 밝은 조명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줄줄이 질서 정연하게 자리를 찾아가서 앉는다. 다들 똑같이 옷을 입고 모자도 쓰고 있으니,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다. 다들 부모 앞에서 얌전히 행동하려는 유치원생들이 된 것 같다. ㅋㅋㅋ

 

 

학생들이 자리를 잡자, 학교의 상징인 휘장이 들어오고, 그 뒤를 따라 Booth 의 학장 및 교수들이 줄 서서 들어와서 무대 위에 자리를 잡는다.

 

 

Booth의 학장인 Sunil Kumar 학장의 연설로 시작.

 

 

 

 

Booth의 인기 교수 중의 한명인 Austan Goolsbee 교수가 축하 연설을 한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 중 한명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자문역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특유의 유머와 카리스마로, 지루하게 마련인 졸업 축하 연설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시종일관 청중들을 웃기면서도 (본인은 웃음 하나 없이) 메세지를 전달하는 능력자였다. 그가 던진 여러 메세지 중에서도, 마지막 한마디는 청중들의 호응을 가장 크게 이끌어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너희가 작년 시카고의 겨울을 이겨냈다면, 전 세계 어딜 가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너희는 성공할 것이다."

 

 

교수들의 연설이 끝나고, 우수 학생들에 대한 시상 등 행사의 주요 순서들이 마무리되자,

지금부터는 약 560명 졸업생들 한명한명 호명하여 졸업장을 주는 대장정의 시작이다.

 

 

1) 자신의 순서가 되면, 무대 오른쪽으로 나와서 무대 가운데의 Kumar 학장에게 걸어가서...

 

 

2) 악수하고 졸업장을 받고....

(이 때 자신의 이름이 방송으로 호명된다. 이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졸업 몇주전까지 학교 웹사이트에 본인의 이름을 녹음해서 올려야 한다.)

 

 

3) 왼쪽으로 걸어가서 사진을 찍으면 마무리된다.

 

본인이 받고 있는 동안에는 이미 다음 사람이 뒤에서 오고 있다.

인당 약 10~15초 사이에 모든 과정이 끝나는데, 공장에서 대량으로 물건 찍어내듯이 모든 과정이 계획에 맞게 딱딱 이루어져야 한다.

 

 

한 사람당 10여초 밖에 안되지만, 워낙 졸업생이 많다보니 전체 학생들 다 하려면 거의 2시간이 걸린다. 2시간동안 서서 악수하고 졸업장 건네주는 Kumar 학장이 참 힘들거 같았다.;;

 

아 지루하다.

처음엔 한명 한명 박수 열심히 쳐 주다가, 다들 떠들고 집중 안하기 시작한다.

 

무대 왼쪽에는 졸업장을 들고 시카고 대학교 휘장 앞에서 사진을 찍어 주는데, 이것은 나중에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오고, 다시 객석을 빠져나가 무대 뒤로 들어간다.

 

오케이! 나도 드디어 획득!

무대에서 Kumar 학장 위치까지 약 8걸음 걸어가는 짧은 시간동안 2년 간의 즐거웠던 학교 생활이 주마등처럼 머릿 속을 지나간다. 그와 동시에 어떤 자세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사진이 잘 나올지 머릿 속이 복잡해진다. 갖은 고민 끝에 결국 이상한 표정과 포즈로 사진 찍히고 마무리...

 

길고긴 학위 수여식이 끝나자 드디어 졸업식 완료!

양 옆에서 폭죽이 터진다. 실내 행사라 그런지, 학사모를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보단, 그대로 학사모를 다시 후배들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ㅋㅋㅋ)

 

 

행사장 문 밖을 나서자, 졸업생들은 떨어져 있던 각자의 가족들과 만나느라 아수라장이다.

 

 

행사장 야외 라운지에는 리셉션이 마련되어 있었다.

 

날씨가 가장 좋을 때인 6월 미시간 호수를 배경으로 졸업생들은 가족/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미국의 행사에서 먹을 게 빠질 수 없듯이, 샴페인과 각종 핑거푸드들이 차려져 있었다.

 

 

한쪽에는 포토부스가 준비되어 있어서, 가족 및 동기들과 마치 유명인인 듯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모두들 각자를 기다리고 있는 미래가 저 미시간 호수의 풍경처럼 밝고 파랗길 기대하면서 동기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물론, 졸업 후 각자 흩어지기까지 며칠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부러 만나지 않는 이상 이제 모두 안녕이다. 진짜로 이제 이 친구들의 대부분은 일부러 먼 길을 여행하지 않는 한 평생 보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한명이라도 더 붙잡고 사진을 찍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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