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Chicago Booth MBA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 Google 회장) 강연

시카고 커플 2020. 2. 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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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5. 18

 

미국 MBA에 와서 정말 좋은 일들 중의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강연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가끔씩 있다는 점이다. 이미 유명한 사람들이 몇몇 다녀갔지만, 일정이 안 맞거나 귀찮거나 등등의 이유로 별로 참석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그 유명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온다는 말에 참가 신청을 해 놓았다.

 

에릭 슈미트는 한때 구글의 CEO로 이름을 떨치다가 지금은 회장으로서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정치/경제/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에는 북한도 다녀오고, 우리나라도 방문하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번 행사는 Booth MBA측에서 주최하는 행사는 아니고, 정치학과 측에서 초청한 학교 전체의 행사인데, 마침 MBA 건물에서 행사를 하게 되면서 MBA들도 초청받게 되었다. 이봐, 우리 구역에서 행사 하려면 우리도 들여보내 달라구~!

 


요즘 가장 hot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회장이 온다는 말에 많은 학생들이 몰렸다. 사전에 신청을 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는 상황. 입구에서 이름을 체크하는 동시에 옆에 뭔가를 잔뜩 쌓아 놓고 팔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에릭 슈미트가 최근에 Jared Cohen이라는 사람과 함께 쓴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The New Digital Age. 이 책을 쓰려고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돌아 다녔는데, 그 중에 북한도 갔던 거라고 한다. 가만 있어봐라...이거 오늘 책 장사하는 자리가 될 듯 한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20불 현금으로 달랜다.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아마존에 들어가서 이 책의 가격을 보니, 배송비까지 15불... 나중에라도 저 책을 살지 안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급하게 살 필요는 없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5불이나 비싸게 팔다니, 에잇~! 어디서 우릴 속여 먹을라고~!! 책 제목처럼 New Digital Age의 기술을 이용해서 사기 당할 위기를 모면했다. ㅋㅋㅋ

 


시간이 갈 수록 늘어나는 학생들...대충 어림잡아 4~500명 즈음은 온 듯 했다.

얼른 들여보내 주세요~!

 

그러는 와중에 행사장 문이 열리고, 너도 나도 앞 자리 차지하고자 돌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신 에릭 슈미트. 오른쪽이 제러드 코헨이다.

 


다행히도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앞쪽에 앉은 사람들 (나 포함) 은 강연 내용에 집중하기보단 주로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ㅎㅎ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정치학과 교수인 듯한 사람이 진행 및 질문을 하면, 두 사람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 되었다. 정치학과 행사에 걸맞게 내용이 주로 국제 정세나 국가 정책 같은 거시적인 것들이여서 내용도 생소하고 영어도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저 책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기 온 학생들 상당수가 이미 그 책을 읽은 듯 했다. 앞에서도 그걸 전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마치 수업 시간에 읽어 가야 할 숙제를 안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_-;;

 


안그래도 저 두 사람이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게 화제가 되었기에 이야기가 나올려나 했는데, 시작부터 북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뭐, 거기엔 아무런 인프라가 없고 사람들이 정보가 통제된 상황에서 산다는 다들 아는 이야기였는데, 그래도 왠지 직접 갔다 온 사람이 이야기하니 다들 더 와닿는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예를 이야기했는데, 중국,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등등이 언급되었다. 분명 저들 나라에서 온 학생들도 있을텐데 저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그들에겐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환경이 아주 뛰어난 나라의 예로 언급되었는데, '미국은 아직도 한국(South Korea) 같은 나라의 인터넷 환경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했다.

 

소말리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소말리아에서 의외로 발전한 사업이 무선 통신 관련 사업이다' 라면서, '해적들도 인질들 몸값 협상 하려면 휴대폰으로 통화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농담을 던져서 다들 웃음을 유발했는데, 나도 웃음을 지으려다 생각해 보니, 저게 과연 저렇게 농담으로 할 소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 나라 사람들 목숨 가지고도 농담을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 방식인 것 같아 좀 씁쓸했다.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들을 경청하고 꽤 성의 있게 답변을 해 주었다. 학생들도 상당히 심도 있는 질문들을 해서 저들도 종종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려 보이는 학생들의 질문 수준이 거의 미국 국무부 대변인 수준이었다. '요즘 구글 주식이 왜 이렇게 떨어져요?' 라는 엉뚱한 질문에 '책을 사세요! (Buy the book!)' 이라고 재치 있게 넘기기도 했다. ㅋ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명한 CEO들은 말을 참 잘한다. 여기서 말을 잘한다는 뜻은 준비된 스크립트를 잘 외웠다가 대중 앞에서 잘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나름의 확실한 논리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대중을 확 집중할 수 있게 말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학교의 어떤 교수가 더 소수의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 했을 때보다 훨씬 더 몰입되었던 것 같다. 말을 많이 하는데에도 거기에 군더더기가 별로 없다는 점과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막힘 없이 자신의 논리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은, 그만큼 머릿 속에 항상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컨텐츠가 풍부하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았다. 물론, 유머와 카리스마는 기본이다. 저런 것들도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능력일까...

 


저 가운데 앉은 Jared Cohen 이라는 사람은 오늘 이전까지만 해도 전혀 들어보지 못했는데, 조금 검색을 해 보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스탠포드 학사, 옥스포드 석사 후에 젊은 나이에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다가 나와서 전 세계적으로 반테러/반급진 활동도 하고, 이집트 혁명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등등의 활동 이후 구글에 스카웃되어 구글의 Think tank인 Googld Ideas를 설립하고 현재는 그 수장을 맡고 있다. 직책은 구글의 이사이다. 경력만 보면 환갑은 지났을 것 같은 사람의 경력 같지만, 이제 겨우 31살. 즉, 81년생. 나보다 동생이다. -_-; 왠만한 유명 인사가 평생을 걸쳐서 하나 정도도 이루기 쉽지 않은 일들을 10년 정도의 짧은 경력동안 벌써 몇가지나 이룬 셈이다. 나는 저 동생보다 1년 더 살면서 뭘 이뤘나 생각해 보려다가 급 소주가 땡겨서 말았다. ㅋㅋ

 

강연이 끝나고 나서도 학생들의 관심은 계속되었다. 마치 유명 연예인들이라도 되는 양 사진도 찍고 책에 저자 서명도 받는 등등...

 

비록 기대했던 미래의 Digital Age의 동향/예측, 혹은 향후 Google의 전략 방향에 대한 insight 등의 내용은 없었지만 상당히 재미 있고 유익했던 강연이었다. 전혀 관심 없던 나도 저 책을 한번 사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저 사람들 오늘 책 영업은 성공한 듯. ㅎㅎ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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