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보고 즐기기

Chicago Bulls 경기를 보다! (United Center에서)

시카고 커플 2020. 2. 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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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6

 

농구는 예나 지금이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이다. (하는 것, 보는 것 모두)

내 나이 또래 남자들이 대부분 비슷하듯이, 우리가 한창 밖에서 뛰놀(?) 나이인 중고등학교 때, 일본 만화인 슬램덩크와 미 프로농구 NBA가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너도나도 농구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공만 잡는다고 농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무슨 프로한테 레슨을 받는 것도 아니고, 당시 우리에게 농구를 가르쳐 준 건, 마이클 조던이었다. 조던 형아한테 직접 레슨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 우리는 사진이나 TV에서 그가 하는 플레이를 보면서 슛폼과 돌파, 레이업 등을 연구했고, 농구장에서 친구들과 토론과 실습을 통해 익히는 형식이었다. (그렇다고 조던의 실력을 이어받진 못했지만 ㅋㅋ)

 

내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행운아라고 생각하는 몇가지 일들 중 하나가, 마이클 조던이 한창 전성기일 때에 내가 농구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느 해인가 결승전 7차전 마지막 종료 1초 남겨 놓고 동점 상황에서 그가 극적으로 넣은 슛 덕분에 시카고 불스가 우승하는 장면을 Live 중계로 보면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은, 마치 월드컵 때 우리가 4강 진출 하는 것을 보는 짜릿함과 비견할 수 있으리라. 그 경기가 끝난 직후, 서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집 바로 앞의 농구장에는 또래 애들이 다들 흥분한 채 모여서 '야 너도 봤냐?' 하면서 조던의 마지막 슛을 흉내내면서 자축했다. (대체 무엇을 위해 ㅋㅋ)

 

 

이 정도로 마이클 조던의 존재는 당시 우리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였다. 조던이 플레이할 때 종종 혀를 내밀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농구장에 가보면 거의 80% 이상의 아이들이 돌파를 할 때 혀를 내밀고 플레이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 누구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그걸 보고 웃지 않았다. 그 정도로 마이클 조던의 움직임 하나하나, 심지어 표정까지도 우리에겐 따라하고픈 것들이었나 보다. 나이키에서는 이런 마이클 조던을 상품화해서 'Air Jordan'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고, 조던의 농구화 시리즈(조던이 실제 경기에서 신고 뛰는 것과 동일한 디자인. 시리즈가 20몇까지 나왔더라...암튼 무지 많다.)는 우리에게 늘 가장 가지고 싶은 아이템 1호였다. (그런데 너무너무 비쌌다...ㅠ.ㅠ) 농구장에 누군가 그 신발이라도 신고 오면, 실력이 별로인 아이도 왠지 잘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2003년 조던이 은퇴를 선언했을 때, 나는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건가 실감이 잘 안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는 그 이후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요즘에도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같은 쟁쟁한 선수들이 잘 뛰고 있지만, 득점은 잘 하는지 몰라도, 조던의 화려함과 카리스마, 신사적인 매너, 관중을 숨 죽이게 만들 정도로 게임을 재밌게 끌고 가는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조던처럼 그를 아는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100% 칭송하고 경애하는 사람도 드물다. 코비나 르브론도 80~90% 사람들은 그들이 잘한다고 칭찬하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플레이나 다른 어떤 면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던은 다르다. 그가 뛰는 시카고 불스는 조던만의 1인팀이 아니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척척 움직였다. 그래서 뚜렷한 골밑 플레이어 없이도 그렇게 우승을 여러번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NBA의 대부분 팀들이 키 크고 실력 좋은 센터가 팀 득점의 반 이상을 해버려서, 센터를 누구를 보유했느냐가 팀의 실적을 좌우했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린 게 시카고 불스였고, 그 중심에 마이클 조던이 있었다.

 

자,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주말 나는 이러한 마이클 조던의 친정팀인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 United Center에 가서 직접 NBA 경기를 관람하였다~!!

 

시카고로 학교를 정할 때부터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United Center였는데, 드디어 가 보게 되다니...ㅋㅋ 본격적으로 NBA 시즌이 시작하면서, 학교 Basketball club에서 메일이 왔다. 시카고 불스의 경기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것. 같이 갈 사람들을 모집하는 사이에 벌써 티켓은 동이나고 말았다. ㅠ.ㅠ

여기에서 포기할 순 없지. 칼을 뽑은 김에 ticketmaster.com 이라는 사이트를 열심히 뒤져본 결과, 이미 표를 산 사람들이 못 가게 된 경우에 표를 파는 세컨드 마켓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여기에 의외로 앞에서 할인 티켓으로 나온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를 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이번엔 자리가 나가기 전에 예매하고자 얼른 구매를 하였다.

드디어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 우리는 차가 막힐 것을 감안해서 좀 일찍 출발하였으나, 다운타운에서 경기장까지는 차로 불과 20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오히려 추운데 밖에서 좀 기다려야 했다...


United Center의 입구 모습.

센터 자체적으로도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주차하려면 25불이다. (경기 내내 고정 가격) 그런데, 재밌는 건 경기장 건너편 쪽에 사설 주차장이 있는데, 여기에 주차하면 20불 이하이다 (주차장마다 다름). 이런 사설 주차장들이 경기장을 빙 둘러싸고 있다. 나는 좀 더 안쪽에 19불짜리를 발견하고 거기에 주차하였다. 즉, 경기장까지 걸어야 하는 거리와 주차비용이 반비례하는 구조이다 ㅋㅋ 쪼금 더 걷는 대신 주차비는 싸진다.

 


경기장 한쪽에는 마이클 조던의 동상이 있다.

 


경기장 입구에서 표 검사를 할 때, 응원용 붉은색 티셔츠와 쿠폰북을 무료로 준다. 위 사진은 입장 직후 로비의 모습. 역시 로즈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그의 빠른 복귀를 기대하면서...

 

드디어 경기장 내부의 모습!! 다들 들어오자마자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조던의 경기를 TV로 보면서 배경에 보이던 저 경기장의 모습 (노란 바닥에 빨간 황소 마크)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마치 조던의 땀냄새가 아직 나는 것 같았다...ㅋㅋ

 


자, 여기 피자가 맛있다는 말에 저녁도 굶고 왔으니, 경기 시작하기 전에 주린 배를 좀 채워볼까...피자와 맥주를 시켰는데, 가격이 역시나 너무 비쌌다. 맛은 그냥...음...원래 피자가 맛있지 뭐 ㅋㅋㅋ 별로 특별히 맛있진 않았다.

 


한 쪽에는 저렇게 응원 문구를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Sign Station 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도 'Go Bulls!!' 써서 들고 들어갔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 특이한 응원 문구는 화면에 잡아주기도 한다.

 


드디어 양팀 선수들이 입장에서 몸을 풀고 있다. 우와~!! TV에서만 보던 NBA 선수들이란 말인가....근데, 자리가 3층이라 그냥 내 눈에 보이는 선수들의 크기는....그냥....TV 보는 것 같다 ㅋㅋㅋ

 


경기 시작 전 성악가가 나와서 미국 국가를 부르는데, 이땐 모두 일어나야 한다.

 


상대편인 New Orleans Hornets의 선수 소개는 그냥 이렇게 대충 화면으로 대체한다. ㅋㅋ 대체 누가 나온다는 건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원정팀은 정말 서러울 듯 ㅋㅋㅋ

 


조명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드디어 홈팀인 시카고 불스의 선수 소개....일단 시작부터 레이저쇼에 음악도 멋있고, 치어리더들도 나오고, 조명도 쏴주고....정말 화려하다!! 조던도 예전에 저렇게 소개 받던데 ㅋ

 

홈팀 선수들의 소개는 한 명 한 명 천천히 화려하게 소개해 준다. ㅋㅋㅋ

 


드디어 경기 시작! 이게 바로 NBA 경기구나!!

역시 로즈는 안 보이고, 그래도 Noah, Boozer, Hamilton 같은 유명 선수들이 보인다

 

근데....

 

너무 못한다 -_-;;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바로 어제 (금요일)에 클리블랜드에 원정 경기를 가서는 100점 이상을 쏟아 넣으면서 대승했었는데....그래서 오늘 경기도 살짝 기대를 하고 왔는데, 어제 경기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건지, 시작부터 너무 엉긴다. 게다가 상대편 선수들의 고른 득점으로 시종일관 4~6점 차이로 지면서 경기가 계속된다.

 


농구 경기는 쿼터마다 몇 번의 작전타임이 있는데, 이 때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관중들을 즐겁게 해 준다. 몇 번의 이벤트들은 관중들에게 경품을 주는 것들도 있어서 다들 열광적으로 참여한다. ㅋㅋ 위 사진은 저런 황소 마스크를 쓴 캐릭터들이 달리기 시합을 해서 이기는 쪽 관중들한테 쿠폰을 주는 이벤트.

 


저 친구가 어떻게 뽑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중들 중에서 (아마도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이 3점슛을 쏴서 3회인가 들어가면 경품을 주는 이벤트이다.

 


치어리더들이 시간을 때울 때도 있고....

 


이것이 입장할 때 준 쿠폰북인데, 작전타임에 벌어지는 게임 이벤트 때 자신이 가진 쿠폰북을 잘 보고 있다가, 해당되는 혜택이 자신한테 오는지 잘 봐야 한다. 오른쪽 위에 맥도날드 쿠폰이 좀 재밌는데, 불스가 홈경기에서 100점 이상으로 이기면 빅맥을 공짜로 준댄다. ㅋㅋ 과연 이기기나 할런지...

 


황소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나와서 덤블링을 놓고 공중제비를 돌면서 화려한 덩크슛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천장에서 갑자기 저렇게 낙하산 같은게 수십개 떨어진다. 각각에는 상품이 묶여져 있다. 이것도 앞쪽에 비싼 자리 위주로 떨어지고, 3층엔 별로 안온다 ㅋ

 

앗, 이 사람은....스카티 피펜이다!!!

중간에 카메라가 스카티 피펜을 잡자, 관중들이 열광적으로 환호하였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카고 불스의 한창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수. 현재는 불스 구단의 고문이라 자주 보러 온다고 한다.

 


지지부진한 경기는 결국 4쿼터까지 가고...불스의 주전은 이제 Deng, Noah를 제외하곤 보이지도 않는다. 나이가 많은 편들이라 이틀 연속 경기는 무린가보다.

 

야야...1분 남았다....좀 어떻게 좀 해봐라....

저 4점 차이는 1쿼터때부터 딱 한번 동점일 때를 제외하곤 절대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어떤 마법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관객들은 한번의 플레이에 환호 혹은 탄성을 내지르면서 역전극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결국은 89-82로 시카고 불스의 패배 ㅠ.ㅠ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어찌됐던 오늘은 시카고 불스의 홈 구장에서 경기를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경기에 패배하긴 했지만, 시카고 팬들은 크게 게의치 않는 것처럼 다들 즐거워 보였다. 예전에 TV로 경기 중계를 볼 때, NBA는 특히 홈팀 어드밴티지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관중들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다른 팀이 좋다고 경기가 있을 때 그 팀 응원하려고 비행기 타고 갈 수도 없고, 미국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홈팀을 응원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아 보인다. 이기고 지는 것 보다는 하나의 지역 축제로 다 같이 즐거워 하는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다.

(내 뒤에 어떤 임산부가 임신한 배 위에, 즉 맨살에 시카고 불스 황소 마크를 그려와서 배를 내밀고 응원하고 있었다. 쳐다보기 좀 민망해서 앞만 보고 응원했다;;)

 

다음에 로즈가 복귀하면 또 보러 와야지. 경기장이 이렇게 가까운 건 참 좋은 것 같다 ㅋㅋ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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