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Chicago Booth MBA

Halloween Party

시카고 커플 2020. 2. 9.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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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29

 

미국에 오기 전엔 할로윈이라는 건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지나갔는데,

미국에 와 보니, 정말 할로윈이라는 게 중요한 명절 중의 하나인 건 확실한 것 같다.

대체 왜 어린 아이까지 피를 흘리는 좀비나 귀신 복장을 시켜 가면서까지 즐겨야 하는건지... 어른들만의 즐거움으로 생각되기도 하고, 평소 괴기 영화 같은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문화 중의 하나이다. (요즘 할로윈 시즌이라고 TV에서는 보이는 채널마다 귀신 영화만 계속 틀어준다;;)

 

여하튼, 학교마다, 지역 사회마다 혹은 친구들끼리도 1년에 하는 파티 중에 가장 큰 파티 중에 하나라고 하니, 일단 문화 체험 차원에서라도 학교 할로윈 파티 티켓 2장은 이미 예전에 구해놨는데...

 

문제는, 뭐 입고 가지?? -_-;;

외국애들은 할로윈 파티 의상을 위해 1년 내내 저금을 해서 이 의상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들어온 터라...평범하게 (?) 입고 갔다가는 오히려 평범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다들 몇 주 전부터 인터넷 등을 통해 뭘 어떻게 주문해서, 혹은 어떻게 직접 만들어서 입고 갈 거라는 거창한 계획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니 가만히 있을 순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D-2일에야 뭐라도 좀 준비해 볼까 해서 구글에 검색하다 보니, Chicago에도 이런 코스튬 전문 매장이 있었다.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Jenny와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방문했다.

 

이 건물의 1층이 매장인데, 할로윈 시즌을 맞아 건물 옆쪽에 천막을 쳐서 확장을 해서 더 많은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가 보니, 정말 별천지다...각종 슈퍼 히어로, 가수, 영화-만화 주인공, 마녀, 괴물, 좀비, 드라큐라 등등등 어딘가에서 한번쯤은 본듯한 모든 캐릭터로 분장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첨엔 아이디어 좀 얻어보자고 갔는데, 구경하다 보니 너무 재미 있어서 아이디어는 커녕 혼란만 가중되었다. 시즌이 시즌인만큼, 평일 오전인데도 매장은 북적거렸고, 사람들은 지갑을 거침없이 열어 재꼈다...거의 사재기 수준...-_-; 매장 직원들은 친절하긴 했는데, 다들 너무 바빠서 말 붙이기도 힘든 상황...

 

아이템도 정말 세심하고 다양해서, 단순한 의상이나 모자, 가면 등은 물론, 수염, 손톱, 얼굴이나 피부 등을 칠하는 페인트 등등 완벽 분장이 가능할 정도의 모든 것을 다 판매하고 있었다. 이것들도 팔리니깐 있겠지? 한마디로 우리 나라였으면 유난 떤다고 힐난하거나, 남의 눈 부끄러워서 하기 힘든 것들도 많아서 참 신기했다.

 

지하에 내려가 보니, 무슨 방송국 의상실처럼, 각종 의상들이 즐비하다. 여기는 렌탈 전문 공간...잠시 입으려고 구매하기 아까운 사람들은 빌려다 입는데, 이것도 3일에 75불 이상이니 비용이 만만치는 않다. 그리고 이 가게의 전략인지, 왠만한 의상은 판매 가격이 렌탈보다 저렴하다. 소비자의 고민을 캐치해 낸 고민이 보인다 ㅋㅋㅋ 정말 거의 2시간을 고민 끝에 우리는 대략 각자의 컨셉을 정하고, 그것(?)들로 변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아이템들을 구매해서 집으로 왔다.

 

드디어 파티 당일날...

일단 이 의상을 어떻게 입고 혹은 들고 갈지가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데, 알고보니, 여기 애들은 그냥 다 입고 간다. ㅋㅋ 역시 남의 눈 의식 안하는 애들이라...그냥 의상 그대로 버스, 지하철 타고 간다.

 

장소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시끌벅적하고 들썩인다. 각자 자신이 준비한 코스튬을 뽐내고 남의 코스튬을 칭찬해 주느라 정신 없다. 그냥 복도에 서서 지나가는 코스튬만 봐도 재미 있었다. 정말 다양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 많았고, 아이들의 세심하고도 공들인 흔적이 보였다.

 


천사와 악마...저 둘이 룸메이트인데 둘이서 저렇게 컨셉을 정했댄다. ㅋㅋ

 


강아지 세마리와 여장남자 ㅋㅋ

 


일본 만화 "블리츠"의 쿠로사기 이치고 분장....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이 만화가 일본이나 동양권에서만 유명한 만화라서 아무도 몰라본다고 울고 있었다 ㅋㅋㅋ 내가 알아봐주니 이 중국 친구가 무지 고마워 했다 ㅋㅋㅋ 저거 아마존에서 비싸게 주문한 거 같던데...

 


개인적으로 오늘의 베스트 드레서라고 생각하는...'평범한 학생'으로 분장한 베트남 친구...

미국에 오래 살아본 녀석이 왜 저러고 왔을까 ㅋ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 난 입고 싶은 거 입는다는 생각은 여기서도 통한다 ㅋ


어느 정도 서로의 코스튬에 대한 대화와 인사가 끝나면 옆에 준비된 스테이지에서 계속 춤 추고 술 먹는 시간이 계속 된다...역시 오늘도 클라이막스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ㅋㅋ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사회자의 진행으로 오늘의 베스트 코스튬을 선발한다. 내가 보기엔 저들보다 더 기발하고 멋진 의상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의상에 공을 많이 들이거나, 오래 입고 있기 힘들거나 등등 고생을 많이 하는 사람 위주로 선발을 한 것 같다 ㅎㅎ

 

파티는 밤새도록 계속 되었으나, 바로 다음다음날이 시험인 관계로 우린 일찍 나와서 집으로 왔다. (근데 시험 전날인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ㅋㅋㅋ)

저번 학교 코스튬 행사 때 대강의 분위기는 봤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코스튬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그 정점을 할로윈 파티가 장식하는 것 같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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