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s Story/미국 생활기

기록적 한파 in Chiberia

시카고 커플 2019. 5.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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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 9.

 

 

지난 토요일 저녁.

겨울 학기의 개강을 앞두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구글에 들어가서 'Chicago Weather'를 검색했더니 위와 같은 그림이 나온다. 내일과 모레의 최저 기온이 각각 영하 17도, 영하 13도이다. 이 정도 기온이면 물론 추운 날씨이긴 하지만, 그렇게 심한 날씨는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넘기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른 날들은 영상 20~40도를 넘나드는데 (무슨 여름도 아니고), 내일하고 모레만 영하 17도, 영하 13도다.

 

자세히 보니, 이건 화씨 (Fahrenheit) 온도였다. 섭씨가 아니라, 화씨...

 

참고로, 미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화씨 온도로는, 40도 밑으로만 내려가도 추운 날씨고, 30도 밑으로는 섭씨에서의 영하 기온이다. 화씨에서 영상 10도~20도만 해도 다들 얼어 죽을라고 한다. (섭씨 영하 7~12도 정도) 그런데, 화씨로 영하 17도? 그간 수 많은 화씨 온도를 봐왔어도, 화씨가 영하로 떨어지는 온도는 처음 봤다. 영하 17도는 섭씨로도 굉장히 추운 날씨인데, 하물며 화씨로 영하 17도라는 건 대체 어느 정도 추운걸까...

 

일요일부터 정말 거짓말처럼 (섭씨) 영하 25도,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날씨가 시작되었다. 이게 아침 최저 기온이 아니고, 하루 종일 이 기온이 주욱 계속된다. 거기에 눈발까지 날린다. 이런 날씨도 언제 또 경험해 볼지 모르니, 한번 경험해 보자는 생각에 밖에 나가 봤다.

 

이 날씨에 외부에 노출된 피부는 2분만 노출되어도 동상이 걸린다고 하는데, 경험 상으론 얼굴처럼 노출된 곳은 20초도 참기 힘들었다. 추운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뜨거운 것에 데인 느낌이다. 이번엔 눈구멍만 빼고 모든 얼굴을 다 꽁꽁 싸맸는데, 그 눈이 춥다!! 눈이 춥다못해 아파서 제대로 뜨질 못하겠다. 그럼 어떡하냐... 뭐 스키 고글이라도 쓰랴??!! 라고 속으로 소리지르는데, 옆을 보니 정말 어떤 사람은 스키 고글도 쓰고 다닌다.

 

아파트 1층에 있는 마트에 잠깐 갔는데, 문을 열기 위해 맨손으로 금속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앗 뜨거!' 라는 비명이 나왔다.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손잡이에 얼어 붙는 느낌이었는데, 차가운 게 아니라 뜨거운 느낌이었다. 집 앞에 잠깐 나간다고 장갑을 안 끼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큰일 날 뻔했다.

 


(사진 출처: https://twitter.com/WCL_Shawn/status/420606117324935168/photo/1)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시카고의 모습을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같지만, 실제 사진이다. 시카고는 요새 시베리아나 남극보다 더 춥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별명을 얻었으니, Chiberia.

 


(사진 협찬: Johnny Pi, Booth MBA Class of 2014)

 

그래도 위에서 내려보니, 솔직히 말해 조금 멋있긴 하다. ㅎㅎ

 

몇십년만의 기록적인 한파로, 일리노이 주 전체적으로 휴교령이 떨어졌다. 원래 이번 월요일이 개강이었던 우리 학교도, 학교 전체적으로 개강일을 하루 미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요일이 획기적으로 기온이 올라갔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 한파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정말 끝을 모르고 내리던 눈은 녹지 않고 고대로 쌓여서 어딜 가나 두껍게 쌓여 있다. 그래도 도심 한 가운데 살아서 좋은 점은, 큰 길은 눈이 내리는 데로 바로바로 치운다는 것이다. 각종 장비와 제설차들을 동원해서 바로바로 치우고 염화칼슘도 하도 많이 뿌려대서, 빙판길의 염려는 별로 없다.

 

그간 서울에서 봤던 눈은, 눈이 어느 정도 내리고 나면 날씨가 좀 풀리면서 조금 녹다가, 녹은 눈이 다시 얼면서 맨들맨들한 빙판길을 형성하곤 하는데, 여기에서는 눈이 '조금도' 녹지 않는다. 내린 눈들이 그냥 그대로 있다. 길에서 치워진 눈이 쌓이고 쌓여서 길가는 완전 눈으로 산을 이룬다. 오히려 빙판길은 별로 문제가 안되는데, 눈 자체가 쌓이고 쌓여서 너무 많아진 게 문제다. 이정도면 눈은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없어지지 않는 자연 쓰레기....

 


학교에 있는 벤치는 아예 파 묻혀서 멀리서 보면 뭔지도 모르겠다.

 

시카고에서 겨울에 다니다 보면, 유독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간은 뭐 저렇게까지들 오바하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오바가 아니었다. 그 정도 부츠는 여기에선 필수품이었다. 눈길 걸어 학교 오다가 발에 쥐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딱 봐도 20센치는 넘게 왔다.

 

눈 덮힌 메트라 역.

 

 

 

 

이 동영상을 보면, 끓는 물을 밖에 뿌리면 그게 그대로 얼어서 순식간에 눈처럼 흩뿌려져 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뿌리고 나서 바닥을 보면 바닥에 뜨거운 물이 떨어진 자국이 거의 없다. 이런 날씨엔 이런 재미 있는 장난도 가능하구나 ㅎㅎㅎ

 

미국에 와서 너무 좋은 것들만 경험하다 보니, 이런 경험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실내에서만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야외 활동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 게 참으로 다행이다. ㅋ 그래도 이런 날씨는 시카고에 있는동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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