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4
출국 날짜는 점점 다가오는데... 미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 list에 있는 곳들을 다 방문하지 못한 채 이 나라를 떠날 것은 이제 분명하다. 그래도 꼭 가보고 싶은 곳 한 곳만이라도 없는 짬 내서 어떻게 해서라도 한번 가보자 해서 찍은 곳이 바로 워싱턴 D.C. 그래도 한 나라에 왔으면 수도는 방문해 봐야지. ㅎㅎ
DC는 박물관들이 잘 되어 있어서, 그것들을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박물관만 포기한다면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본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무료 박물관들을 포기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ㅠㅠ 그래도 이 방법 밖에는...
이전에도 시카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당일치기로 보고 온 경험이 있기에, 큰 걱정 없이 비행기와 렌트카 예약을 하는데, 다행히 운 좋게도 시카고 아침 8시 출발 ~ DC 11시 도착 / DC 오후 9시 출발 ~ 시카고 10시 도착의 왕복 비행편이 인당 178불에 특가 딜이 떴다!! 이 정도면 DC에서 최소 7시간 이상은 있을 수 있으니 충분하려니... 일단 다른 것 따지지 않고 예약부터 해버렸다. MBA 마지막 학기 마지막 주차가 가까워 가니, 뭐 이렇게 행사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고, 할 일도 많은지... 점점 꽉 차 가는 달력 속에 그래도 비어 있는 하루에 운 좋게도 할인율이 거의 50%나 되는 항공권을 잡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출발일 아침.
출근 시간 I-90 고속도로의 처참함을 잘 알기에, 우리는 일찍 출발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당일치기 여행이기에 따로 부칠 짐도 없다. 미국 국내선 탈 때마다 짐 부치는 데에 돈을 따로 내야 하는 것이 괜히 아깝고 얄밉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번엔 왠지 통쾌했다. ㅎㅎ
약 2시간을 날아와 도착한 볼티모어 공항. 공항이 너무도 깨끗하고 한적해서 마치 미국이 아닌 것 같다.
역시 싼 비행기는 다 이유가 있어서, DC로 직접 가지 않고, 볼티모어로 도착한다. 그래도 볼티모어 공항에서 DC 다운타운까지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차를 렌트해서 운전해 가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 둔 렌트카를 픽업하고 DC로 출발!
마침 한 렌트카 회사에서 Full-size 자동차 (대형 승용차)를 Compact 차 (경차) 가격에 렌트해 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서, 기왕 타는 거 큰 차 타자고 Full-size를 예약했는데, 예약할 때 사진에는 머스탱 막 이런거 나와 있어서 기대 좀 했더니만, 막상 와서 보니, Camry를 줘서 좀 실망했다. ㅎㅎㅎ DC에 와서까지 캠리를 타다니...
약 40분 운전해 오니, DC 다운타운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워싱턴 기념탑.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 DC에서는 어느 방향에서 봐도 대개는 이 탑이 보인다. 때마침 날씨도 좋아 관광객 및 그들을 태운 버스들이 참 많았다.
저 멀리 보이는 링컨 기념관.
우리가 방문할 백악관, 링컨 기념관, 국회의사당이 거대한 삼각형의 각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고, 그 삼각형의 내부는 물과 숲이 어우러진 거대한 공원으로 되어 있는 형태다. 이 삼각형을 도보로 걸어서 모두 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이고, 관광 버스나 자전거를 많이들 이용하는 것 같았다.
각종 정부 기관과 각국 대사관, 국제 기구 등등이 자리잡은 DC의 다운타운은 정말 깨끗하고 잘 정돈된 분위기였다. 때마침 점심 시간이라 식사하러 나온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시카고와는 달리 대부분이 정장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였다.
건물들이 참 멋진데, 시카고처럼 고층 건물은 하나도 없다. 보안 상의 이유로 백악관 반경 몇 마일 이내에는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IMF, World Bank 등등 이름도 익숙한 어마무시한 국제 기구들이 노점상 마냥 길거리에 흔하디 흔하다. ㅎㅎ
World Bank 근방에 차를 대고, 그 근처에 유명한 맛집이라는 Founding Farmers에서 점심을 먹고...
백악관을 보기 위해 걸어 가는 도중에 있는 Eisenhower Executive office building.
정부 관료들이 사용해 온 오래된 건물인데, 웅장하고 멋있다.
드디어 나타난 백악관.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같은데 자주 등장하는 모습은 이쪽이 아닌 듯도 하다. 그럼 반대편으로 돌아가 봐야 하나...그러고 보니, 얼마 전 상영했던 영화 'Olympus Has Fallen'에서 괴한들이 이리로 침투해서 이 넓은 잔디밭에서 총격전을 벌이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쨌든, 쇠창살과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경비가 삼엄한 듯 하니, 저 안에 들어가서 뒤로 돌아가긴 그른 것 같고, 밖으로 크게 한번 돌아보자...
Corcoran Gallery of Art 건물. 건물이 참 특이하고 멋있다.
백악관 서쪽 방향으로 크게 돌아가니, 뒷쪽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다. 역시 이 곳에서도 워싱턴 기념탑이 잘 보인다.
잔디밭 한 쪽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저 곳인가 하고 달려가 봤더니만... 역시나!
이 잔디밭에서 저 멀리에 백악관이 보인다. 수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저 앞에 보이는 자전거 탄 보안요원이 사람들이 가까이 못 오도록 살벌한 분위기로 막고 있었다.
그래. 이 모습이 바로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백악관의 모습이다.
바마형이 저 안에 있을까? 제작년 재선될 당시에 시카고에서 우리집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묵었었는데, 그것도 인연인데 만나주지 않을까? (무슨 소리;;)
건물 앞에 까만색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뭔가 위협적이었다.
백악관 내부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이 있긴 한데, 몇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처럼 갑자기 여행 일정이 정해진 사람들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게다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자기 지역의 member of Congress (하원 의원)한테 신청해서 표를 받아야 한다. (외국인의 경우, 각국 대사관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함) 어찌됐던, 내부 관광은 포기하고, 바로 다음 코스로 향했다.
위에 언급한 삼각형의 내부에 해당하는 잘 정돈된 공원 지역을 지나 한참을 걸었다.
더위에 지칠 때쯤 나타나 준 링컨 기념관.
계단위에 올라서 뒤를 돌아보면, 엽서나 달력 같은데 자주 등장하는 광경이 보인다.
내부에는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1호인 링컨 대통령의 대형 조각상이 있다.
여기까지 구경하고 나니, 날씨도 너무 덥고 걷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도저히 국회의사당까지 걸어서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맨 처음 차를 주차했던 곳까지 다시 걸어 가기로 했다.
정부 기관 건물들이 계속 이어진다.
건물 인테리어 담당하는 부처 같지만, 실은 내무부... -_-;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DC에는 많은 건물들의 주차장 입구가 이렇게 생겼다. 저렇게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두꺼운 쇠문이 열려야 차가 들어올 수 있다. 워낙 중요한 건물들이 많다 보니, 폭탄을 싣고 돌진하는 차량 등의 테러를 막기 위해 이런 준비도 되어 있었다.
차를 다시 타고 국회 의사당 쪽으로 출발. 보이는 건물들마다 미국 답지 않게 멋있었다.
멀리 보이는 국회 의사당. (U.S. Capitol)
국회 의사당 앞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까 링컨 기념관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즉, 링컨 기념관과 국회의사당이 워싱턴 기념탑을 가운데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 그 사이에 엄청 넓고 긴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곳도 역시 내부 투어가 있긴 하나, 시간도 없고 예약도 힘들어 패스. 내부야 뭐... 멋있겠지! ㅋㅋ
마침, Jenny는 시카고에서 같이 친하게 지내다가 DC로 이사간 지인 한분을 이 곳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는데, 주차 장소를 못 찾는 바람에 약간 해맨 끝에, 극적인 상봉에 성공! 둘이 서로 너무도 반가워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모습이 참 눈물 겨웠다. ㅋㅋㅋ
국회의사당 주변은 완전 정부 기관 및 사무실들 밖에 없어서, 잠시 앉아 차 한잔 할 곳도 찾기 힘들다. 결국 Union Station 기차역 까지 와서, 커피 하나씩 사들고 대합실에 나란히 앉아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들... 하지만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시각 전까지 허용되었던 약 30~40분의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고, 나중에 한국에서 보자는 머나먼 약속만을 남긴 채 다시 헤어져야 했다.
이 사진은 뽀나스 ㅋㅋ 기차역에서 너무도 귀엽게 생긴 아이가 지나가길래 다 같이 쳐다봤는데, 공교롭게도 아이 티셔츠 뒷면에 태권도라고 한글로 쓰여 있었다.
공항에 헐레벌떡 도착해서 렌트카 반납하고, 티켓팅하고, 몸수색하고 게이트로 가니, 탑승 시간에 거의 딱 맞게 도착했다. 볼티모어 공항은 사람도 많지 않고 한적해서 모든 절차가 빨리 진행되어 좋긴 했는데, 문제는 공항 내의 식당이나 푸드코트들이 대부분 저녁 7~8시면 닫아 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겨우겨우 저녁 먹을 거리를 사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시카고에 도착하니 밤 10시경. 미국 와서 싼 가격 때문에 Spirit 항공을 여러번 이용했었는데, 갈 때 올 때 모두 지연이 1분도 없었던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정시 출발 정시 도착. Spirit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었다. 볼티모어 공항이 한적해서일까, 그래도 수도는 정시에 맞춰서 운행하는 것인가...
아무튼 이렇게 해서 우리의 번갯불의 콩 볶아 먹는 듯한 당일치기 DC 여행이 무사히 끝이 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보고 싶은 것만 콕콕 집어서 다 보고, 만날 사람까지 만나고 온 알찬 여행이었다. 비행기 경유를 많이 하게 되는 뉴욕이나 LA와는 달리, DC는 정말 DC에 갈 일이 있지 않는 한, 방문할 일이 거의 없는 곳인데, 이렇게나마 방문해서 분위기를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번 가보는 것과 안 가보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깐... 백악관도 직접 가 보니 별거 아니네~!
By Steve
'Steve's Story > 보고 즐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오리아] Caterpillar Visitor Center (0) | 2020.02.02 |
---|---|
[스프링필드] 링컨 박물관, 무덤, 집 (1) | 2020.02.02 |
Football 경기 관람 (Chicago Bears) (0) | 2020.02.02 |
일리노이의 가을 단풍 (Starved Rock State Park) (0) | 2020.02.02 |
Shedd Aquarium (0) | 2020.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