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24
마이애미 여행 중 꼭 가 보고 싶었던 키웨스트. 이 곳도 미국에 있는 동안 꼭 가보고 싶은 Must-visit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원래 'Key' 라는 말이 산호 위에 생긴 작은 모래섬들을 의미하는데, 스페인어의 'cayo'라는 말에서 온 단어라서 'Cay'라고도 쓰기도 하고, 읽는 방법도 '키'라고도 읽고 '케이'라고도 읽는 등 제각각이다. 그러나 Key라고 쓰고 '키'라고 읽는 게 가장 보편적인 것 같다.
Florida Keys 는 플로리다 반도 아래쪽에 이런 수 많은 Key들을 다리로 연결해 놓은 곳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남쪽 끝에 있는 Key가 바로 Key West이다. 미국 지도를 꽤 확대해 보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얇고도 작은 이 지역이 바로 미국 동부의 진정한 최남단인 것이다. 위 지도를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듯이, 이 수많은 Key들을 지나서 키웨스트까지 가는 길은 미국 전역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이다.
마이애미 다운타운에서 키웨스트까지는 3시간반 정도 걸리는 꽤 먼 거리이기에, 우리는 아침 일찍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길을 나섰다. 본격적으로 Key들이 나오기 전에는 마이애미에서 남쪽 방향으로 약 1시간 정도를 이렇게 늪지대를 보면서 운전해 가야 한다. 그나마 인적이 드문 곳까지 오니, 이런 풍경도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약 한시간 반 정도 가니, 드디어 플로리다 반도를 벗어나고 본격적으로 Key가 시작되는 곳이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Key Largo는 Florida Key들 중에서도 가장 큰 섬인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근처에 구글에서 가장 평이 좋은 Conch House라는 곳에 들어갔는데, 기대도 안하고 들어간 그 곳이 사실은 이 근방에 유명한 맛집이었다. 결과도 대만족 ㅋㅋ Conch는 이 지역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라 종류인데, Conch Platter (사진 왼쪽 아래)는 참 특이하고 맛있었다.
Key Largo를 벗어나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에 우리는 동시에 '우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왕복2차선 도로 (사실은 다리) 양 옆으로 바다가 쫘~악 펼쳐진다.
이런 길이라면 몇 시간이고 운전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다른 차들도 경치 구경에 여념이 없는 듯, 별로 속도를 내지 않는 것 같았다.
중간중간에 이렇게 자유롭게 차를 대 놓고 쉬거나 낚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몇 시간을 가도 이런 그림 같은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사진으로 이 느낌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게 참 안타깝다. 중간에 Duck Key, Sugarloaf Key, Deer Key 등등등 다양한 이름의 Key들을 지날 때 잠깐씩 육지가 보일 뿐, 계속 이런 바닷길이 펼쳐진다.
구름이 정말 그림 같다.
그런데...
약 2시간 즈음 갔을 무렵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열대성 소나기가 미친듯이 내린다.
와이퍼를 제일 빨리 움직여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비가 차를 뚫을 듯이 내린다. 이런... 하필 키웨스트 여행하려고 하루 잡은 날 날씨가 이렇다니...ㅠ.ㅠ
다행히도 우리가 키웨스트에 도착했을 땐, 비구름은 다 지나간 후였다. 날씨가 참 변화무쌍한 열대 기후이다.
이 곳이 키웨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Southernmost point. 말 그대로 미국 동남부 제일 끝이라는 곳이다. 여기에 와 본 기념으로 모두들 저 기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여기에도 써 있듯이, 저 바다 건너로 90 마일 (144 키로미터) 만 가면 쿠바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여기에서 쿠바 땅이 보인다고 한다.
키웨스트의 관광명소인 Duval Street 을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는데, 다양한 모양의 집들이 모여서 상점과 레스토랑 등 번화가를 이루고 있었다.
이 Bar에서는 1달러 지폐들을 좌악 붙여놔서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한번씩 멈춰서 보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니, 떼어갈 수 없도록 스테플러를 수십번씩 박아놔서 지폐를 떼면 찢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ㅎㅎ
키웨스트 곳곳에서 이렇게 닭들이 마치 비둘기인 양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이 헤밍웨이가 살았던 집이다. 입구에서 표를 사야 들어갈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문 닫기 직전에 이곳을 발견해서 들어가 보진 못했다.
헤밍웨이는 이 곳에 머무는 12년 동안 "무기여 잘있거라" 등등 많은 대표작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리고 키웨스트에 사는 동안 바다 낚시에 몰두했는데, 훗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노인과 바다'를 썼다고 한다.
키웨스트는 석양이 유명한 곳이라 석양을 보기 위해 Duval Street 북쪽 끝에 있는 Mallory 광장에 서둘러 갔지만, 간발의 차이로 해의 끄트머리는 놓치고 말았다.
말로리 광장에는 석양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그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길거리 공연들로 꽤 붐볐다.
자기는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구경꾼들을 압박해서 팁 받을 건 다 받아간 길거리 공연. 팁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해서 볼만 했다.
해가 진 이후의 Duval Street.
근방에서 저녁을 먹은 우리는, 키웨스트를 떠나 Marathon으로 이동, 미리 잡아 놓은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 아침 또 길을 떠났다. 마이애미까지 3시간반을 가서 공항에 렌트카 반납하고 다시 항구로 가서 크루즈를 타려면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렀다.
다시 마이애미로 돌아가는 길도 양 옆이 바다인 길을 몇 시간이고 운전해 가야 한다. 네비게이션에도 보이듯이, 내가 가는 길 외에는 모두 파랗다. 마치 물 위를 달리는 것 같다. ㅎㅎ
이처럼 중간에 exit도 별로 없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오랫동안 달릴 땐, 앞뒷차를 누구를 만나느냐가 꽤 중요하다. 너무 천천히 가는 앞차를 만나거나, 너무 바짝 쫓아오는 뒷차를 만나면 긴 운전 시간 내내 신경이 쓰인다. 우리는 저 앞에 보이는 트럭과 거의 한 시간 이상을 간격을 좁혔다 벌렸다 하면서 함께 했다. 문득 이런 앞뒷차와의 관계가 마치 사람들 사이의 흔한 애증관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잘 안 빠져줄 땐 밉다가도 간격이 벌어지면 나도 모르게 쫓아가서 간격을 좁힌다. 누군지도 모르는 저 트럭과 나중에 갈림길에서 헤어질 땐 서운한 마음마저 들었다. (도대체 왜 ㅎㅎ)
자, 서운함은 뒤로 하고, 이제 빨리 렌트카 반납하고 Miami Port 로 가야 한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크루즈를 타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
키웨스트는 그 자체보다도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쯤 가볼만한 곳이지만, 좀 지나치게 멀은 감이 없지 않았다. 중간에 운전하는 길은 정말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그 풍경도 1시간이 넘어가자 지루하게 느껴졌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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