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4
지난회에 이어서...
키웨스트에서 마이애미에 도착한 우리는, 우선 크루즈를 타고 내리는 크루즈 터미널로 갔다. 이미 엊그제 마이애미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봐둔 크루즈 터미널... 다운타운에서 5분 거리에 있었다. 배의 출항은 오후 5시인데, 두시간 전까지는 승선하라는 가이드를 읽은 적이 있어서, 우리는 그거보다도 두시간 전인 오후 한시에 갔다. 일찍 승선해도 그때부터 밥먹고 놀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아둔 터였다. ^^
앞에 보이는 게 터미널 건물이고, 뒷쪽에 우리가 탈 배의 꼭대기 부분이 조금 보인다... 배가 엄청 큰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ㅎㅎ
터미널에 차를 대니, 앞에서 직원들이 짐을 받아서 체크인을 해 준다. 우리의 표를 보여주고 방번호를 알려주니, 비행기 타는 것처럼 짐에 번호표를 붙여서 어디론가 실어간다. 짐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실어줄테니 팁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ㅎㅎ
어쨌든 짐을 맡기고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에 다시 렌터카를 반납하러 간다. 공항도 다운타운에서 15분 거리이기 때문에 얼마 걸리지 않았다. 차를 반납하고 택시를 타고 다시 크루즈 터미널로 오려고 하는데, 옆을 자세히 보니, "Shuttle to Cruise Terminal" 어쩌고 하는 말이 써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기저기 물어보며 따라가 봤더니, 역시나... 공항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고객들한텐 크루즈 터미널까지 무료 셔틀이 있었다!! 자기가 이용한 렌터카 회사의 로고가 박힌 셔틀 버스에 올라타고 렌터카를 이용한 영수증을 기사한테 보여주면 무료로 다시 크루즈 터미널로 데려다 준다. 예상치 못했던 서비스에, 길가에서 동전이라도 주운 양 기분이 좋았다. ㅎㅎ
다시 도착한 크루즈 터미널. 아직 출항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가고 있다.
터미널 입구에서는, 공항에서 비행기 타는 것처럼 몸 수색, 짐 수색을 한다. 액체가 반입이 안되는 것도 공항이랑 동일하고, 하나 특이한 건, 오픈한 식품(먹던 과자 같은 것)은 반입이 안된다. 우리도 많이 버려야 했다. ㅠㅠ
몸수색을 마치면 다시 이렇게 긴 줄을 서야 한다. 마치 공항의 출국 수속 하는 것과 유사하다. 줄은 길어도 카운터가 많아서 줄은 꽤 빨리빨리 빠진다. 여기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방 키도 받고, 신용카드로 배 위에서 쓸 비용을 deposit도 하고, 출입국 서류도 검사한다. (배가 미국에서 바하마로 출국했다가 다시 미국으로 입국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미리 여권과 비자 등등의 서류도 검사한다. 따라서 우리 같은 학생 비자 홀더들은 I-20 등 서류도 필수.)
이제 방 키도 받고 모든 준비 완료. 이렇게 커다란 대기실 같은 곳을 지나서 드디어 배에 올라가게 된다. 워낙 승객들이 많기 때문에, 아마도 출항 직전에 사람들이 몰릴 때에는 몇 개의 팀으로 나눠서 차례대로 승선을 시키는 모양인데, 우리는 워낙 일찍 가서, 대기하는 시간 없이 바로 승선할 수 있었다.
이렇게 생긴 투명한 통로를 통해 배로 들어가는데, 이게 배라는 느낌보단, 그냥 건물 사이의 구름다리를 통해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배에 올라타는 순간에는 이렇게 직원들이 줄을 서서 환영을 해 준다.
승선하면서 언뜻 옆으로 보이는 배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다...
먼저 우리의 방으로 가 보니, 정말 좁다. ㅎㅎ
마치 일본 여행 갔을 때의 호텔 같다. 좁긴 좁아도 있을 건 다 있다.
화장실도 있을 것 다 있고, 깔끔한 편이긴 한데, 좀 냄새가 나는 아쉬움이 있었다. (심하진 않았지만) 왼쪽에 하얀 커튼 안쪽이 샤워 부스인데, 정말 좁다. 저 안에 들어가서 커튼을 닫으면, 거의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게다가 샤워를 하는 내내 저 샤워 커튼이 점점 좁혀 들어와서, 안의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진다. 미국에선 skinny 한 사람 취급 받는 나 같은 사람도 이 정도인데, 덩치 큰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저 안에서 어떻게 샤워하나 싶다. ㅎㅎ
방은 하루에도 몇 번씩 치워주는데, 이렇게 하루에 한번씩 그날의 스케줄을 정리해서 침대에 놓아둔다. 이 스케줄에는 그날 어디에 정박을 하는지, 정박지에서 무슨 활동을 할 수 있는지, 배 위에서는 어떤 활동들이 있는지, 어디에서 뭘 먹을 수 있는지 등등 매일매일의 식사와 엔터테인먼트 정보가 모두 정리되어 있어서 꽤 유용했다.
방에서 간단한 정리를 마치고 이제 배를 구경해 보기로 했다. 배의 중앙 부분에는 이렇게 밖을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들이 운행되고 있다. 이들 말고도 배 여기저기에 엘리베이터가 꽤 많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었다.
배의 꼭대기층인 11층에는 이렇게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수영장이 작아서 어린 아이들이 주로 노는 것 같다. 자쿠지 풀도 4개나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거기 들어가서 놀면서 먹고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다. 뒷편 상단에 보이는 그물로 쳐진 곳은 농구장이다.
아직 배가 출항하긴 한참 전이라, 마이애미 다운타운이 보인다.
다시 6층으로 내려가서 배의 여기저기를 보기 시작했다. 이 곳은 극장인데, 6~7층 두 층에 걸쳐져 있다. 이 곳에서 매일 밤마다 다양한 쇼나 행사를 했다.
우리의 관심을 끌진 못했지만, 카지노도 있고...
블랙잭과 포커 테이블도 있다. 포커 대회 같은 것도 한다.
어린이 놀이방도 꽤 크다. 이 곳에서도 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다.
오락실도 갖춰져 있다. 좀만 더 어렸을 때였으면 좋아라 했겠지만 ㅋㅋ
이 쯤 돌아보다가 다시 방에 와 보니, 이렇게 각 방마다 아까 전에 체크인한 짐들을 갖다 놓았다. 우리도 짐을 들이고 정리를 하는데, 방이 워낙 좁아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해서 겨우겨우 넣었다. ㅎㅎ
출항 직전엔 안전 교육을 한다. 유사 시에 각 방별로 어디로 대피해서 어떤 구명선을 타는지, 구명조끼는 어떻게 착용하는지 등을 교육한다. 법으로 규정된 이 안전 교육에는 모든 승객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 혹시 이번에 참석 못한 사람들은 크루즈 중에 나머지 교육을 받는다.
이제 드디어 출항할 시간이다. 출항 기념 파티를 한다고 다들 11층 풀 사이드로 오라고 해서 가 봤더니, 이렇게 바베큐 부페를 차려 놓았다.
좀 태우긴 했지만, 음식 맛은 괜찮았다. ㅎㅎ
출항을 알리는 '뿌우~~~' 하는 horn이 울리고...
출항 기념 파티가 시작된다.
색색의 옷을 입은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흥을 돋운다. 저 댄서들은 크루즈 내내 각종 이벤트와 쇼 등에 등장하는데, 보일 때마다 다른 의상으로 다양한 춤을 춰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줬다. 딱 보기에도 연습량이 웬만한 연예인 뺨칠 것 같았다.
사람들은 풀 근처에서 먹고 마시고, 자기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면서 자유롭게 즐긴다. 수영복 입고 자쿠지나 수영장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젠 승객들을 불러다가 같이 춤도 추고, 라인 댄스도 하는 등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된다.
구경하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또 출출해 진다. 크루즈는 먹기 위해 타는 것~!! 11층 뒷쪽 실내에 마련된 부페로 들어간다. 이 부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항상 차려져 있어서 아무때나 배고프면 가면 된다. 메뉴도 다양하고 꽤 먹을만 하다.
바베큐 먹은 지 한시간 밖에 안됐지만, 또 이렇게 차려서 먹는다.
먹고 놀다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배의 가장 뒷쪽 (선미)으로 가 보니, 야외 선상 카페테리아가 있다. 멀어지는 마이애미 다운타운을 바라보면서, 시끌시끌한 풀 사이드와는 달리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 시간이 끝나면 이렇게 야식을 또 준다. 점심-저녁 식사 사이나 저녁 식사 후 새벽 1시 정도까진 이렇게 간식을 차려 놓고 아무나 원할 때 와서 먹게 해 놓았다.
절대 뱃 속이 빌 틈이 없다. 항상 배는 기본적으로 불러 있고, 조금 덜 배불러지면 먹는다. 이것이 크루즈로구나!!
밤이 되니, 아까 봐뒀던 극장에서 쇼를 해 준다. 쇼 자체는 사진을 못 찍게 해서 시작 전에만 살짝 찍었다. ㅋㅋ 오늘은 코메디언 한 명이 하는 스탠딩 코메디였는데, 꽤 재미 있었다. 쇼를 하는 내내 사람들이 저 안에서 계속 술이나 음료를 시켜 먹는데, 이를 서빙하느라 웨이터들이 계속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리가 탄 크루즈는 프리스타일 크루징이라고 해서, 식사도 본인이 원하는 시간 아무때나 원하는 곳 아무 곳에나 가서 먹으면 되고, 크루즈 비용에 음식도 모두 포함이다. (몇군데 식당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별로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음료는 아주 기본적인 주스와 물, 커피 정도만 무료로 먹을 수 있고, 탄산 음료나 술처럼 많이들 먹는 음료들은 별도로 비용을 내야 한다. 그런데 워낙들 술과 음료를 많이 사먹기 때문에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닐까 싶다.
키웨스트에서부터 종일 많은 일을 겪은 우리는 흔들흔들 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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