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5
난생 처음 배 위에서 자는 경험을 하고 둘째날이 밝았다. 남들은 배멀미를 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우리는 다행히도 그렇진 않았다. 그냥 가끔씩 몸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느낌이 있을 뿐, 이게 물 위에 있는건지 땅 위에 있는건지 전혀 느낌이 없었다. ㅋㅋㅋ
어찌됐던 편안한 밤을 보내고 나니, 아침 일찍 선장이 방송으로 둘째날 정박지인 Great Stirrup Cay 에 도착했다고 알려준다. 여기도 바하마의 한 섬으로 해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 문제는 이 곳엔 크루즈 같은 큰 배가 정박할 수 있는 큰 항구가 없다. 그래서 tender라고 불리는 작은 배 (크루즈 배의 구명 보트인 듯) 가 크루즈선과 해변 사이를 계속 왕복하면서 내리고 싶은 사람들을 옮겨다가 해변에서 바베큐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선장이 아침 방송으로 하는 말이, 지금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서 tender 운행을 할 수 없으니, 잠시 대기하랜다. 기상 상태가 좋아지면 tender 운행을 시작하고, 계속 좋지 않으면 그냥 오늘은 배 위에 머무르라는 것이다. 우리야 어차피 오늘은 별로 육지로 갈 생각이 없었으니 상관 없었지만, 돈까지 미리 지불하고 이 곳에서 다른 activity들을 예약해 놓은 사람들은 아마도 울상이었을 것이다..
아침을 먹으러 다시 11층 부페로 갔다. 눈 앞에 섬이 하나 보이는데, 과연 바람도 심하게 불고 파도가 높아서 작은배들은 많이 흔들릴 것 같았다. 우리가 탄 크루즈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ㅎㅎ
부페 한쪽에는 즉석 음식 코너가 있어서, 아침 시간에는 즉석에서 와플을 만들어 준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크레페를 만들어 주거나 아이스크림을 퍼주기도 한다. 물론, 달라는대로 무한정 제공 ㅎㅎㅎ
아침을 먹은 우리는 어제 다 못 둘러본 배의 나머지 부분들을 둘러 보기로 한다. 이렇게 약 12기의 엘리베이터가 곳곳에 있어서 승객들을 쉼 없이 날라준다.
곳곳에 이렇게 배 전체의 지도가 있어서 승객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었는데, 워낙 배도 크고 복잡해서 길찾기에 자신 있는 나도 첨엔 좀 헤매고 다녔다.
배의 앞뒤로는 모든 층을 연결하는 계단도 있다. 배위에 있는 동안 많이 먹는만큼 엘리베이터 대신 이런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듯. ㅎㅎ
이 곳은 6층에 있는 도서관. 책들은 자율적으로 이름을 적어 놓고 빌려갈 수 있게 해 놨다. 이 곳엔 매일매일 낱말 퀴즈나 스도쿠 같은 심심풀이 퀴즈들을 준비해 놔서 사람들이 가져가서 놀 수 있게 해 놨다. 저 뒷쪽 방에는 보드게임들이 준비되어 있다.
책들은 그렇게 많진 않지만, 꽤 다양한 장르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대부분이 영어로 된 책들이지만, 다른 외국어로 된 책들도 꽤 보였는데, 중국어나 일본어 책들도 한 칸씩들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말 책도 '딱' 한 권 있었다. (무슨 축구 선수에 관한 책이었던 것 같다.)
6층 중앙 쯔음에 있던 Captain Cook's Bar. 물론 배 위에 술을 파는 곳들이 수없이 많이 있지만, 이 곳은 좀 조용하게 위스키 같은 것을 마시는 곳인 듯 하다. 아침 시간이라 텅 비어 있다. ㅎㅎ
Dazzles Nightclub (Cabaret Bar). 이 곳은 저녁 시간에는 무대에서 라이브 음악 공연을 계속 하고, 테이블에서 술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인데, 아주 늦은 시간이 되면 테이블을 다 치우고 나이트 클럽이 된다. ㅎㅎ
보석이나 예술품 갤러리들이 있어서, 이 곳에서 항해 도중 경매 같은 것도 진행한다.
각종 보석과 시계 등을 파는 상점들...
배 위가 아니라, 그냥 무슨 백화점 같다.
Duty Free shop 들...
치약 칫솔과 선크림 등등 아주 간단한 여행용품 들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거의 곱절이다.
배에는 외부에서 술을 반입 못하게 되어 있다. 아마도 여기에서 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ㅎㅎ
돌아다니다 보니, 점심 때가 되었다. 물론, 배가 많이 고픈 건 아니지만, 먹는 재미에 타는 크루즈이므로 일단 식당으로 간다. ㅎㅎㅎ 이번엔 부페가 아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시도해 봤다. 원하는 대로 피자와 파스타를 만들어주는데, 조금 짭짤하긴 했어도 먹을만 했다. 창가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간단히 식사를 ㅎㅎ
디저트는 다시 바로 옆에 있는 부페로 가서 원하는 것을 고른 뒤, 풀장 옆에 야외 자리에 앉아서 먹는다. ㅎㅎㅎ 시간 제한도 없고, 몇번을 먹던, 어디에서 먹던, 음식을 어디 가져가서 먹던 완전 자유다. 직원들은 아무 군소리 없이 빈 그릇이 보이면 어디에서든 깍듯이 와서 치워간다. 크루즈 배에 올라탄 순간부터 4박5일동안 거대한 부페 식당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ㅎㅎ
오늘 원래 육지에 가서 놀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다 몰려서, 풀장은 완전 만원이다.
11층 선수쪽에 위치한 피트니스 클럽. 시설도 완전 최신식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ㅋㅋ
11층 선수쪽에 스파를 지나오니, 이렇게 탁 트인 라운지가 또 있다. 이 곳에서도 술이나 음료를 시켜 먹을 수 있는데, 배의 맨 앞 부분에서 배가 가는 방향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원하는 승객들한테 라인댄스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배 위에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들도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라운지 한쪽 옆의 출입문을 열고 나가니, 이렇게 배의 맨 앞부분에 발코니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이 이 큰 배의 제일 앞부분이다. 전망이 참 좋았다.
오후 시간에 극장에서 승객들이 참여하는 빙고 게임을 한다. 승객들이 육지에 나갈 수 없으니, 원래 예정되었던 게임보다 더 게임 수를 늘려서 진행했다.
1등 한명에게 5천불이 주어지는 마지막 게임~!! 일확천금을 노리고 우리도 도전했다만...
가장 먼저 25개의 숫자를 모두 지운 사람에게 상금이 주어지는 빙고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둘 다 번호 3개를 남기고 게임이 끝났다. 초반에 내가 가진 번호 카드가 너무 빨리 없어져서 진짜로 기대를 좀 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ㅋㅋ
그러던 와중 저녁 시간이 되었다. 배 위에 있으니 별로 특별히 한 것 없는 것 같은데도 시간은 잘 간다. (배꼽 시간만 잘 가는건가 ㅎㅎ) 오늘 저녁은 5층에 있는 Crossing 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배 위에는 11층에 있는 부페 이외에도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4곳, 추가 비용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이 3곳 있었는데, Crossing은 추가 비용 없이 맘껏 시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의 퀄리티나 서비스도 매우 좋았다. 메인 메뉴 3가지 중에 어떤 2가지를 고를까 고민하던 우리에게 웨이터는 쿨하게 그럼 3개 다 시키지 그러냐고 제안해 주어서 우리는 기분좋게 3가지 맛을 보고 남기고 나왔다. ㅎㅎ
저녁때가 되니, 아까 봤던 캬바레에서 라이브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빙고 게임 이후에도 'Deal or No Deal'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모방한 게임을 계속 극장에서 하고 있었다. 참 돈으로 하는 게임 좋아하는 미국인들이다.
배가 너무너무 불러진 우리는, 6층에 마련된 야외 조깅트랙을 걸어서 돌기로 하였다. 이 조깅트랙은 배의 외곽을 따라 주욱 연결되어 있어서, 한바퀴를 다 돌면 약 500미터 정도 되었다. 오후 8시 이후에는 뛰는 건 금지되어 있고 걷는 것만 가능하다.
오늘밤의 쇼는 4명의 무명가수들이 가상으로 노래 대결을 펼치는 내용의 쇼인데,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하고 유사했다. 다들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참 볼만했다.
이렇게 배 위에서만 하루종일 있었는데도 전혀 지겹지 않았던 하루가 지나갔다. 배가 하도 커서 배를 탐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듯이, 배의 구석구석을 뒤져보고 뭔가 배 위에 있음직 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재미 있는 일이었다.
By St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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